예능, 민주주의·공동체·리더를 말하다

입력 2017-11-10 05:03

이 프로그램만큼 재밌는 예능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동소이한 예능 콘텐츠가 봇물을 이루는 요즘 방송가에서 가장 참신한 프로그램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중독성이 상당하고 묵직한 메시지까지 녹아 있으니 애청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공동체를 이끌 리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자문하게 된다.

화제의 프로그램은 tvN에서 매주 금요일 밤 11시30분에 방영하는 ‘소사이어티 게임2’다. 이 방송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모의사회 게임쇼’다. 각각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출연자 22명이 ‘원형마을’이라는 공간에 모여 우승자를 가리는 얼개를 띤 프로그램이다.

특이한 건 ‘모의사회’의 구성과 우승자를 뽑는 방식이다. 원형마을은 다수결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높동’과 리더가 생사여탈권을 쥐는 독재 사회 ‘마동’으로 구성된다. 높동과 마동의 팀원은 각각 11명. 두 팀은 매일 ‘중립동’에 모여 두뇌와 체력을 요구하는 게임을 벌인다. 게임에서 패한 팀은 팀원 1명을 원형마을에서 내쫓아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벌이다가 마지막까지 생존한 출연자들은 상금 수천만원을 거머쥐는 구성이다.

제목에 ‘2’라는 숫자가 붙은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방영된 ‘소사이어티 게임’의 두 번째 시즌이다. 리얼리티 게임쇼인 ‘더 지니어스’ 시리즈로 호평을 받은 정종연(사진)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정 PD는 9일 본보와 통화에서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질문거리는 던지고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방송을 만들면서 ‘좋은 리더’는 어떤 리더인가 생각하게 되더군요. 좋은 리더는 구성원을 계몽하는 리더, 좋은 길로 인도하는 리더겠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구성원의 성향을 간파한 뒤 그에 걸맞은 지도력을 발휘하는 리더십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사이어티 게임2는 지난 8월 25일 첫 방송을 내보냈다. 시청률이 높은 건 아니었지만 막강한 팬덤을 만들어내며 방영 내내 큰 관심을 모았다.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마다 출연자들 이름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곤 했다.

최종회는 10일 방영된다. 정 PD는 “결과물에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인정받고 싶었다”며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고 했다.

“출연자들의 욕망을 100% 끌어내진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저는 출연진의 욕망이 더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이걸 카메라에 담아내는 걸 좋아하거든요. 막상 끝난다고 하니 연출자로서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소사이어티 게임 세 번째 시즌이 제작될 수 있을지는 미정이다. 정 PD는 “방송이 끝나면 일단 휴가를 떠날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tvN이라는 채널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사이어티 게임2가 이 점을 다시 증명한 것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