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투자, 협회 소속사 신용대출 상품에 분산해야 안전

입력 2017-11-10 05:05

자영업자 이모(42)씨는 올해 초 P2P(개인 대 개인)대출 상품에 투자했다. 지인 말만 듣고 수익률이 높다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돈을 넣었다. 그런데 9개월이 지나 만기가 됐는데 연체가 발생했다. 알고 보니 PF건물은 착공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P2P업체는 원금은 돌려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아직 5%만 상환된 상태다. 이씨는 성급한 투자를 후회하고 있다.

직장인 박모(32)씨는 지난 4월부터 개인들에게 신용대출을 해주는 P2P 상품에 주로 투자를 했다. 지금까지 20여명에게 투자를 했는데 아직까진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수익률이 8% 정도로 쏠쏠해 추가로 돈을 더 넣을지 고민 중이다.

P2P대출 시장 규모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급격한 성장세다. 9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59개 P2P업체의 누적 대출액이 1조57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5275억원에 비해 3배가 늘었다.

대출자는 쉽게 중금리 대출을 받고, 투자자는 저금리 시대에 10% 안팎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P2P대출의 매력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의 대출 연체율이 80%를 넘어서며 투자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연체 채권의 시한폭탄이 수개월 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P2P대출에 현명한 투자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P2P대출은 개인과 개인이 대출금을 주고받고 P2P업체가 이를 중개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개인 신용대출부터 소상공인 대출, 부동산 PF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대출자가 P2P업체에 대출을 신청하면 업체가 심사하고 대출금리를 산정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투자자는 부동산 PF의 경우 어느 지역에 어떤 건물이 지어지는지, 상환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다. 개인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자의 성별, 근무하는 업종, 연체 이력 등을 알 수 있다.

P2P대출은 예금자 보호 상품이 아니라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일부 업체들은 부실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원금을 전액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대출은 각별히 주의해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PF는 빌라 등 건축자금을 공사 전에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일부 업체들은 담보가 있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지만, 토지 상태에서는 담보가치가 거의 없다. 건물이 안전하게 다 지어져도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원금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

P2P 업체가 P2P금융협회 소속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비회원사의 경우 협회의 자율규제를 받지 않고, 인력·자본이 영세한 경우가 많다. 중국의 경우 영세 P2P업체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야반도주해버리는 사례도 잦다. 국내에 아직 이런 사례는 없다. 만약 P2P업체가 잠적해 버릴 경우 투자자들은 채무자들로부터 돈을 받기 까다로워질 수 있다. 관련법의 미비로 인해 금융 당국이 개입할 수도 없다. 투자자들이 각자 소송을 통해 권리를 확인하고, 채무자에게 돈을 받아내는 절차를 밟을 수는 있지만 시간·비용이 문제다.

또 P2P업체가 고객의 예치금을 업체 자산과 분리 보관하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분리 보관을 하지 않을 경우 업체가 파산할 경우 예치금까지 가압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가 예치금을 은행의 별도 계좌에 보관하는지 여부를 업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특히 금감원은 가장 위험한 유형의 P2P 대출로 P2P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업체의 부동산 PF상품을 꼽았다. 보통 25% 정도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상품들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선물옵션 투자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위험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P2P대출 중 가장 안전한 투자 방법은 P2P협회 소속 업체의 신용대출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500만원을 투자할 때 하나의 신용대출 상품에 투자하지 말고 상품 500개에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다.

연체율이 높은 업체의 대출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자제하는 게 좋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연체율로만 잡히고 있지만 수개월 안에 손실이 확정되고, 폭탄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정적으로 연체율을 관리하고 있는 업체들은 “오히려 이번 기회에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는 분위기다. 8일 P2P금융협회는 최근 연체율이 90%에 육박한 펀듀를 협회에서 제명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