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검사 극단적 선택 이후
내부서 반감 계속 커져
언론보도도 예의 주시
적폐수사 과열 분위기 경계
영장 청구에도 영향 줄 듯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가정보원 적폐 수사를 책임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인권 보장과 신속한 진실 규명을 주문했다.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이러한 이례적 지시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실상 결론이 내려져 검찰로 전달되는 사건 수사에의 반감이 조금씩 커지는 상황이었다.
문 총장은 8일 오후 3시쯤 윤 지검장으로부터 대면 보고를 받은 뒤 “국정원 관련 수사에서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진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지시 직후 서울중앙지검에서도 “국정원 수사팀은 대상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수사를 신속 철저히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문 총장은 변 검사의 장례 절차가 끝나는 대로 검찰 안팎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인권 보호’를 거듭 강조한 문 총장에게 최근 잇따라 발생한 피의자들의 극단적 선택은 개인적 충격일 뿐 아니라 개혁 진정성, 리더십 위기까지 거론되는 사건이었다. 이날 대검은 변 검사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 내용들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문 총장의 지시는 변 검사의 발인식이 엄수된 뒤 이뤄졌다.
국정원 수사팀은 초반 돌파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주도적 역할이 확인된 고위급뿐 아니라 지시를 받아 이행한 실무자급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해 왔다. 이 같은 강경 대응 기조 속에서 변 검사 역시 구속영장이 청구됐었다. 애초 법조계에서는 국정원 파견 검사들의 수사방해가 중대한 범행이긴 하지만, 팀장 역할을 맡았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1명만 구속 대상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컸다.
문 총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의 각종 적폐 수사들은 과열 분위기를 경계하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갈래로 확대된 국정원 수사팀의 수사에서도 앞으로는 구속영장 청구 대상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간인 댓글부대인 ‘사이버 외곽팀’ 사건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고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사건에서도 정점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까지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남은 과제로 꼽히는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후보자 사찰 사건 등에서도 검찰은 신속 수사를 지향,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잡음 없이 잘못을 빨리 바로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문무일 검찰총장 “국정원 수사, 인권 보장·신속 처리” 주문
입력 2017-11-08 21:49 수정 2017-11-08 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