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루터로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7-11-09 00:02

마르틴 루터에 이어 종교개혁을 이어간 장 칼뱅의 후예들이 세운 교회는 ‘개혁교회(Reformed Church)’로 불린다. 이때 개혁의 어원인 ‘reformare’는 “새롭게 형성한다”는 뜻을 가진다. 이는 “개혁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돼야 한다”는 정신으로 자리 잡았다.

‘교회개혁’(새물결플러스)은 칼뱅이 1543년 발표한 논문 ‘교회개혁의 필요성에 관하여’를 번역한 책이다. 책에서 교회개혁은 질병의 치료에 비유된다. 사탄은 교회를 끊임없이 공격해 병들게 하고 성도는 매일의 교회개혁으로 하나님께 순종한다. 따라서 교회개혁은 완료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운동이 된다.

칼뱅은 먼저 하나님이 원하시고 정하신 방식대로 예배를 회복할 것을 역설한다. 기독교의 기초는 예배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볼 때 당시 가톨릭은 예배에서 하나님의 완전함을 성인에게 분할하고 있었다. 칼뱅은 이를 두고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삼상 15:22)며 “영광은 오직 하나님께만 돌려드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을 분파주의자로 비난하는 가톨릭에 맞섰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예언자들은 늘 거짓 교회에 대항했다. 하나님의 선지자 예레미야도 당시 제사장들에게 핍박을 당했다. 칼뱅은 교회의 이름을 남용하는 대적과의 싸움은 정당하다고 강조한다.

교회개혁에 대한 칼뱅의 절실함은 1536년 27세의 젊은 나이로 기독교강요 초판을 펴낸 열정을 통해 증명된다. 그는 평생 기독교강요를 개정·증보하며 1559년 종교개혁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기독교강요 최종판을 내놓는다. 분량은 초판의 5배로 늘었다.

‘쉽게 읽는 기독교강요’(생명의말씀사)는 높은 가치를 갖지만 자칫 분량 때문에 접근할 엄두를 잃게 만들 수 있는 최종판을 어른 손바닥 크기의 단행본으로 축약했다. 교회, 성례, 정치에 대한 내용이 담긴 제4권은 빠졌다.

칼뱅은 기독교강요 제3권에서 ‘그리스도인의 삶’ ‘자기 부인’ ‘십자가를 지는 것’ 등 신자의 삶을 칭의보다 먼저 언급한다. 교조주의자라는 선입견과 달리 그는 칭의만 앞세우진 않았다. 성도는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레 19:2, 벧전 1:16)는 성경 말씀에 따라 마땅히 거룩해야 한다. 칼뱅은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서 거룩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고 분명히 밝힌다.

평소 기독교강요 정복을 염두에 두고 있던 신자라면 몸 풀기용으로 읽어도 좋겠다. 1∼3권 총 60장으로 구성돼 있어 하루에 2장씩 읽으면 한 달 안에 마스터할 수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