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1주년’ 트럼프, 3건의 패배를 선물 받다

입력 2017-11-08 18:50 수정 2017-11-08 21:52
미국 민주당이 7일(현지시간) 실시된 버지니아, 뉴저지 주지사 및 뉴욕시장 선거에서 일제히 승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왼쪽부터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당선자. AP뉴시스

아시아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서 환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자국 내에서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뉴욕시장 선거에서 트럼프가 소속된 공화당이 완패하면서다.

선거 패배에는 역대 최저 대통령 지지율을 기록 중인 트럼프의 책임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당 민주당에서는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 탄핵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공화당은 이날 치러진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뉴욕시장 선거에서 전부 패했다. 특히 공화당 입장에서는 경합주로 분류됐던 버지니아주를 내준 게 가장 뼈아프다. 민주당은 버지니아주에서 랠프 노덤 후보가 53.9%, 뉴저지주에서도 필 머피 후보가 55.5%를 득표해 승리했다. 뉴욕에서도 민주당 소속 빌 더블라지오 시장이 66.5%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패배가 확정되자 트럼프는 즉각 책임을 회피했다. 방한 중이던 그는 여의도 국회 연설 44분 전인 한국시간 7일 오전 10시40분에 “(공화당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 에드 길레스피가 열심히 한 건 맞지만 나 자신이나 나의 가치를 지지하지 않았다”며 후보를 탓하는 글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그러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출구조사에서 트럼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답한 유권자가 47%에 이르렀으며 이 중 95%가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고 전했다. 뉴저지주에서도 트럼프 지지율은 37%에 그쳤다. 트럼프 비토 정서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이날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집권 1년차를 맞은 트럼프의 전국 지지율은 34%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53%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폴리티코는 “대통령 집권 1년차에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하는 건 흔한 일”이라면서도 “단 이번 두 선거(버지니아·뉴저지주 주지사 선거)는 트럼프가 중심 의제였다는 점에서 이전 선거들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내년 11월 6일 치러지는 중간선거 전망도 어두워졌다. 상원 100석 중 33석과 하원 435석 전체를 뽑는 선거다. 트럼프로서는 ‘중간고사’인 셈이다. 워싱턴포스트가 6일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지금 당장 하원선거가 치러질 경우 공화당을 찍겠다고 답한 유권자는 40%에 불과해 51%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열세였다.

CNN방송은 “트럼프와 ‘트럼프주의’는 선거 국면에서 분명 (공화당에) 걸림돌이지만 문제는 트럼프가 경선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보수적 공화당원 사이에서만큼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공화당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선거 결과에 고무된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탄핵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핵을 주장하는 민주당 최대 기부자이자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토마스 스테이어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요구가 나오는 것은) 정치적 이유가 아닌 미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실제로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