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 비무장지대(DMZ) ‘깜짝 동반 방문’이 짙은 안개 탓에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DMZ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는 기상 악화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한·미 정상의 DMZ 동반 방문 계획은 전날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잡혔다. 문 대통령은 7일 정상회담에서 “DMZ 방문 의향이 있다는 것을 들었는데 맞느냐”며 “트럼프 대통령이 간다면 동행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이 가준다면 나도 가겠다”고 말해 방문 일정이 잡혔다.
문 대통령은 8일 오전 7시쯤 청와대에서 헬기를 타고 DMZ로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오전 7시쯤 숙소를 출발, 용산 미군기지에서 전용 헬기 ‘마린 원’을 타고 55㎞가량 떨어진 DMZ로 향했다. 양국 정상은 출발 전부터 현지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방문 의지가 강해 일단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 악화로 DMZ 부근에서 헬기에서 내려 자동차로 갈아탄 문 대통령은 DMZ에서 30분간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8분을 날아가 목적지로부터 5분 이내 거리까지 도달했지만 기수를 돌려야 했다. 미군과 백악관 비밀경호국은 안개 탓에 DMZ 인근의 가시거리가 1.6㎞에 불과해 헬기 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산으로 돌아온 뒤에도 전용 차량에서 날씨가 좋아지기를 1시간가량 기다리다 오전 9시쯤 결국 포기했다. 문 대통령도 이때쯤 DMZ에서 청와대로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올렛’ 초소를 찾아 문 대통령과 한·미동맹을 강조할 예정이었다.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준비된 상태였다. 올렛 초소는 휴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초소다. 빌 클린턴(1993년), 조지 W 부시(2002년), 버락 오바마(2012년) 등 3명의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낙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 직전 정세균 국회의장 등과 환담한 자리에서 “(연설이 끝나고) 나중에라도 가볼 수 없느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존 켈리 비서실장이 “일정 때문에 어렵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쉬워하면서 “아침에 안개 때문에 못 갔다. 다음에 오면 꼭 가고 싶다”고 했다.
청와대는 DMZ 방문이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됐다고 밝혔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은 아시아 순방 전에 예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헌화했다. 방명록에는 “여기 잠든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당신들의 희생은 언제나 기억될 것”이라고 적었다.
글=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한·미 정상 ‘DMZ 깜짝 동반 방문’ 짙은 안개로 무산
입력 2017-11-08 18:18 수정 2017-11-08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