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개혁 정책을 연거푸 내놓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사진) 인도 총리가 내실보다는 ‘한건주의’에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모디 총리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천하무적의 기세였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 당장 총선을 실시한다면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이기겠지만 모디 총리가 그동안 보여줬던 광휘는 사라져가고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빛을 잃게 된 원인은 ‘큰 건 보여주기’ 집착에 있다. 대표적인 큰 건은 8일로 시행 1주년을 맞은 화폐개혁과 지난 7월부터 시행한 상품서비스세(GST) 제도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11월 8일 검은돈 근절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기존 고액권 지폐 사용을 전격 중지했다. 시중 유통 화폐의 86%에 해당하는 지폐가 일시에 사용 중지되고 신권 교환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인도 전역에서 패닉에 가까운 상황이 두 달 넘게 지속됐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분기 9.1%였던 성장률이 올 2분기 5.7%로 급락했다.
모디 정권은 “화폐개혁으로 검은돈과 위조지폐가 사라지고 테러단체의 자금줄도 차단돼 국민경제에 큰 이익이 됐다”고 자평하며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의 만모한 싱 전 총리는 “화폐개혁이 취약계층과 기업에 미친 피해는 경제지표에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크다”고 혹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7월에 도입된 GST도 엉망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GST는 주(州)마다 달랐던 부가가치세를 단일 세제로 통합한 것이다. 모디 총리는 “좋고 단순한 세금으로 ‘한 나라, 단일 세제’의 꿈이 이뤄졌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원활하게 시행되지 못해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모디 총리가 새 제도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참모들의 조언은 듣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잘 나가던 모디노믹스, 화폐개혁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17-11-0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