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찬 vs 극혐… 트럼프, 남북 비교하며 北 체제 압박

입력 2017-11-08 19:08 수정 2017-11-08 22: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35분간의 연설을 마치자 여야 의원들과 미국 정부 관계자, 주한 외국 대사 등 참관인 550여명이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트럼프 ‘하나의 민족, 두 개의 한국’ 이야기

“한 쪽의 한국, 눈부신 성취
다른 한국, 감옥 국가
한국의 기적은 북쪽으로
24마일에서 끝났다” 평가

이낙연 총리 “한국 현대사
가장 아름답게 칭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대한민국 국회 연설의 상당 부분을 남한과 북한을 비교하는 데 할애했다. 남북한의 생활상, 각종 경제지표, 현대사 등을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하나의 민족, 두 개의 한국(one people, but two Koreas)에 대한 이야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라는 역사의 실험실에서 벌어진 비극적 실험의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며 “한쪽의 한국(남한)에서는 국민이 스스로 자유, 평화, 문명, 눈부신 성취의 미래를 선택한 반면 다른 한국(북한)은 지도자가 폭거와 파시즘, 탄압의 기치 하에 국민을 감옥에 가뒀다”고 말했다. 또 “한국전쟁 발발 당시 두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동일했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자 한국의 부는 북한의 10배를 넘어섰고, 오늘날 한국 경제는 북한의 40배 이상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한 국민이) 굉장히 잘 하고 계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답게 한국의 경제 발전을 주로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끔찍한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나 지구상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 반열에 올랐다”며 “오늘날 한국의 경제 규모는 1960년에 비해 350배, 교역량은 1900배 증가했다”고 했다.

그는 또 1990년대 후반 IMF사태 당시 벌어진 ‘금모으기 운동’에 대해 “수백 명씩 줄지어 결혼반지와 황금열쇠를 내놓으며 자녀들의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여러분이다. 여러분의 부는 단순한 금전적 가치 이상으로, 마음과 정신의 업적”이라고 극찬했다. 또 “여러분이 꿈꾸었던 ‘코리안 드림’을 위대한 현실로 만들어냈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고도 했다. 아울러 “번영하는 한국의 존재 자체가 북한 독재 체제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인들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팩트들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한국 작가들은 연간 약 4만권의 책을 저술하고, 1960년대 53세였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2세 이상이 됐다”고도 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혹독한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기적은 1953년 연합군이 진격했던 이곳으로부터 북쪽으로 24마일(38㎞)에서 끝났다”며 “번영은 거기서 끝나고 북한이라는 ‘감옥 국가(prison state)’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을 ‘악당 체제(rogue regime)’ ‘잔혹한 체제(brutal regime)’ ‘지옥(a hell that no person deserves)’이라고 표현했다. 또 김정은 정권을 ‘비뚤어진 체제(twisted regime)’ ‘잔혹한 독재자(cruel dictatorship)’라고 했다. 과거의 ‘버림받은 정권(discarded regime)’에 빗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 주민 인권 문제도 집중 거론했다. 그는 “북한 노동자들은 끔찍하게 긴 시간을 무보수로 일한다”며 “최근에는 전 노동인구에게 70일 연속 노동을 하든지, 대가를 지불하고 휴식을 취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고발했다. 또 북한 영유아 중 30% 정도가 영양실조로 발육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10만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이 수용소에서 고문과 강간, 살인을 견뎌내며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반역죄로 고발당했다는 이유로 10년간 수감생활을 했다는 9살 소년, 김정은 위원장의 인적사항 한 가지를 잊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구타당한 학생을 예로 들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정부 관료에게 뇌물을 주고 노예로 해외에 팔려간다”고도 했다. 또 북한군 경비가 북한 여성이 출산한 중국인 남성의 아이를 ‘불순하다’며 빼앗아간 사례를 거론하며 “중국은 왜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은 2012∼2013년 2억 달러로 추정되는 돈을 독재자 우상화에 썼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극찬했다. 이 총리는 총리공관에서 진행된 한 간담회에서 “외국어로 표현된 글이나 말 가운데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가장 아름답고 쉬운 말로 가장 놀랍게 칭찬한 연설”이라며 “어쩌면 한국인이 한국어로 자기 모국을 예찬하기로 작심하고 써도 그렇게 아름답게 쓰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최승욱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