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헌재서 22점 구입
野 “그림값 부풀려졌다”
與 “가치에 비해 싼 값”
신상문제는 거의 거론 안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열린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활발히 검증된 것은 유 후보자의 기본권 이해 정도나 헌법수호 의지가 아니라 그림의 가격이었다. 유 후보자의 장인인 유산 민경갑(84) 화백의 한국화가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총 22점 걸려 있기 때문이었다. 야당은 법원 등이 사들인 그림 가격이 부풀려졌다고 지적했고, 여당은 작품 가치에 비해 싼값이라고 맞섰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헌재가 후보자의 장인 그림을 4200만원에 구입해 걸어두는 게 모양이 괜찮냐”고 비판했다. 유 후보자가 헌재에서 헌법연구관으로 일하던 1993년 헌재는 민 화백의 그림 ‘희망의 나라’를 구입했다. 김 의원은 경매업체 매물을 조사해 보니 민 화백의 다른 그림들이 500만원 이하에 거래되더라며 특혜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김진태의 장인 그림이 국회사무처 복도에 걸려 있다면 국회 앞에 촛불집회가 일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민 화백의 예술원 회장 경력 등을 언급하고 “민 화백은 동양화의 독보적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박 의원은 “법원이 구입한 것은 지나치게 평가절하해 산 것”이라며 “유산 선생이 알면 화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30년 전 뉴욕에서 민 화백의 그림을 3000달러에 산 경험을 말하며 “당시로서는 엄청난 돈”이라고도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법원이 소장한 예술품이 5021점인데 민 화백의 그림은 21점일 뿐”이라고 맞섰다. 박 의원은 “헌재의 경우 4200만원을 주고 샀는데, 손해보험사의 감정평가액은 4800만원이었다”며 “특혜를 주려면 더 비싸게 주지 않았겠냐”고 덧붙였다.
유 후보자는 장인의 그림 기증·매매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거듭했다. 그림과 우리법연구회 경력 이외에 유 후보자의 신상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법제사법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사생활과 도덕성에 결정적 하자가 없다”고 평했다. 유 후보자는 12·12 사태를 ‘무력에 의한 헌정 파괴 행위’로 규정했고, 사형제 폐지 입장을 밝혔다. 동성애 문제는 “찬반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유남석 청문회, 때 아닌 ‘장인 그림값’ 공방
입력 2017-11-08 18:41 수정 2017-11-08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