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법적 구속력 있는 예산까지 삭감

입력 2017-11-08 18:39 수정 2017-11-08 21:20


내년 SOC 계속비 예산 줄여
계속비 예산 국회의결 거쳐
매년 투입액 정해져 있지만
지역 도로·철도 예산 삭감

기획재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구조조정 타깃을 지역 SOC 계속비 사업으로 정했다. 국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 계속비 예산까지 삭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반면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 의원들은 자기가 속한 지역의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며 반발하고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역구 예산을 증액시키는 ‘쪽지예산’도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8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교통·환경·에너지세를 재원으로 하는 교통시설특별회계의 내년 전체 예산은 세수 증가 영향으로 올해보다 2조원 넘게 늘어난 18조2787억원이다. 돈이 남아나면서 전체의 40%가량인 7조3451억원은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전출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교통시설특별회계 내 지역 SOC 계속비 사업 예산을 절반 넘게 감액하기로 결정했다. 계속비 사업은 국회 의결을 거쳐 매년 투입 예산액이 정해져 있다. 실제 지역 SOC 관련 특별회계 집행액을 살펴보면 올해는 기존 예산보다 3.0% 덜 집행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년 예산에선 이를 절반 이상 쳐낸 것이다.

교통시설특별회계에 포함된 10개 사업의 내년 예산을 보면 용정∼용진물류간선 1차 건설(-94.3%) 등 70% 이상 감액한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지역발전특별회계에 포함된 수원∼인천 복선전철 사업의 경우 77.6% 증액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가재정법상 국회에서 결정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지역 SOC 계속비 예산을 50% 이상 삭감한 데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반발 움직임에 기재부는 특별회계상 SOC 계속비 사업 규모는 크지 않고, 지난해 불용액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예결위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국회의 본격적인 예산 심의가 시작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SOC 예산에 대한 갑론을박이 나온다. 특히 계속비 사업을 포함해 지역 SOC 예산의 증감이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등에서 제출받은 ‘지역 SOC 사업 예산안 편성 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내년도 국토부 소관 지역 SOC 예산안은 7조2450억원이다. 올해 예산(11조6811억원) 대비 38.0% 깎였다. 정부가 밝힌 SOC 예산 삭감 폭(20%)보다 큰 데다 지역별로 큰 편차가 있다. 김 의원 분석에 따르면 강원권이 올해(1조377억원) 대비 69.3% 줄어든 3183억원으로 삭감 폭이 가장 컸다. TK권(대구·경북)과 PK권(부산·울산·경남)이 각각 올해 대비 64.8%, 43.0% 감소하며 뒤를 이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SOC 예산은 올해 대비 8.2% 감액하는 데 그쳤다.

국민의당은 ‘호남 홀대론’을 언급하며 호남 SOC 예산 삭감을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공식적으로 호남 고속철 사업에 내년 예산 3000억원 배정을 건의했지만 정부 예산안에는 154억원이 편성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SOC 사업은 2개 지역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아 지역별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서 “일률적으로 20%를 삭감하면서 지역별로 조금씩 편차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신준섭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