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게 던진 메시지는 단호하고 직설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이틀째인 8일 국회 연설에서 김정은을 ‘잔혹한 독재자’ ‘폭군’이라고 지칭했다. 억압과 경제적 궁핍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열거하며 ‘감옥 국가’ ‘악한 체제’ ‘군사적 이단 국가’라고 표현했다. 이어 “당신(김정은)이 획득한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지 읽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북 정책 기조는 ‘힘을 통한 평화 유지’였다. 과거 미국 행정부와 다름을 역설하면서 과소평가도 시험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술적 목표는 북한 고립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거론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대북 무역 단절을 촉구했다. 새로운 해법보다는 기존의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층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려스러운 대목도 없지 않다. “어떤 형태의 지원이나 공급을 부정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있지만 북핵 위협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북핵문제 해결 5원칙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과 간극이 느껴진다.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청와대의 발표에 의문이 든다. 문재인정부가 유엔 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 대북 지원을 통한 남북 대화 추진을 더 이상 모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 존엄’을 직접 비난한 만큼 북한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추가 도발은 더 큰 제재와 압박을 불러들이는 자충수가 될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협상력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미국의 군사옵션 선택 가능성만 키우게 될 것이다. 지금은 고립의 길에서 벗어나 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응답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자멸밖에 없다.
우리 스스로도 되돌아볼 대목이 있다. 청와대 환영만찬을 마치고 숙소로 가던 트럼프 대통령 일행 차량이 광화문 광장 도로에서 역주행해야만 했다. ‘노(NO) 트럼프공동행동’이 종이컵과 물병 등을 투척하자 경찰이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된 국회 앞에서도 찬반 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의사 표시는 할 수 있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 초청한 미국 대통령 면전에서까지 이래야만 했는지 묻고 싶다. 재발 방지를 위해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사설] 힘을 통한 평화 강조한 트럼프… 北, 추가 도발땐 자멸뿐
입력 2017-11-08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