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피 관리는 멈췄지만
가족·지인 추모글 쇄도
고인 사진 클릭하면
안타까운 사연 등 한눈에
“당신은 떠났지만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순직소방관을 추모하기 위해 온라인에 만들어진 ‘순직소방관추모관’. 8일 이곳에는 소방의 날(11월 9일)을 앞두고 고인을 그리워하며 메시지를 띄우는 이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고인의 사진을 클릭하면 영정 사진 아래 생전 나이와 임용일, 소속과 순직자의 안타까운 사연까지 볼 수 있었다.
2014년 7월 13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한 단란주점에서 일어난 화재를 진압하다 숨진 고(故) 강수철 서귀포소방서 동홍119센터장(당시 48·소방령)의 추모관에는 최근 새로운 글이 남겨졌다. 아내로 추정되는 게시글의 작성자는 ‘향 피우고 꽃 한 송이 올리고 멍하니 당신 사진을 봅니다. 당신 얼굴이 흐려지더니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 아들딸은 자신의 길을 너무도 기특하게 잘 가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해주세요’라고 적었다. 당시 강 소방관은 쉬는 날이었지만 화재현장에 출동해 남아 있을 생존자를 찾다가 유독가스에 질식해 순직했다.
가족 뿐 아니라 고인과의 생전 추억을 그리는 지인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당시 공익요원으로 구갈119안전센터에서 근무했다는 이모씨는 2010년 7월 순직한 이승언 소방관(당시 40·소방장)과 함께 근무했던 추억을 소개했다.
이씨는 추모글에서 ‘세월이 흐르면서 (당신께서) 생전 마지막으로 여행 다녀오시면서 사다주신 등산용 안전핀도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공익 생활동안 정말 아들같이 대해주셨는데 꼭 편안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소방관은 2010년 7월 28일 용인 기흥에서 발생한 지하 침수 사고에서 현장소장을 밖으로 먼저 탈출 시키고 자신은 유독가스를 흡입한 채 올라오던 중 추락해 순직했다.
중앙소방학교가 관리하는 이 홈페이지는 2014년 이후 관리자의 게시글은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순직자 추모관도 2016년 10월 5일 순직한 울산 온산소방서 소속 강기봉(당시 29·지방소방사) 소방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개설되지 않았다. 하지만 순직자들을 기억하는 이들의 발길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소방의 날을 맞아 1950∼1990년대 소방 관련 사진과 동영상 42건을 공개했다. 기록물에는 1953년 피난민이 몰려있던 부산 국제시장이 화재로 폐허가 된 모습, 1958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화재, 1971년 당시 초고층 빌딩이었던 대연각호텔 화재 등 대형 화마가 삶의 터전을 휩쓸어버린 모습이 담겼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당신, 자랑스러워”… 오늘 소방의날, 사이버추모관 애도 행렬
입력 2017-11-09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