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 한국의 외교 일정상 슈퍼 위크다. 굵직하고도 중요한 정상회담들이 연이어 열리기 때문이다. 한·미, 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된 데 이어 곧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11일부터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에 예정돼 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때 가졌던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시진핑 주석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4개월 만에 두 번째 회담을 갖는 것이어서 횟수를 보면 꽤 괜찮아 보인다. 또한 사드 배치 문제라는 갈등도 어느 정도 극복한 것처럼 보이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사실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한국에 대한 무차별적 경제보복을 단행했다. 한국 관광 금지, 무역 보복, 한국 상품 불매 운동, 한류 진출 봉쇄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한국이 입은 피해는 직접 손실액만 20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경제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정례화되었던 각종 고위급 교류와 회담 등이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한국이 주도하는 다자회담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회담에도 한국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외교관계는 단절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중국은 옹졸한 대국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떠오르는 대국의 미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이랬던 중국이 바뀌었다. 10월 31일 한국과 중국은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덮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드디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가 얼마나 조속히 회복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G20이나 APEC이라는 다자회담 틀 내에서 이뤄지는 정상회담은 그 시간이 아주 짧을 수밖에 없고 또 회담 자체도 의례적일 수밖에 없다. 통역을 감안하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깊은 얘기를 할 시간이 없으니 서로 간에 신뢰를 쌓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상호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다.
엊그제 도널드 트럼프 방한에 따른 한·미 정상회담이 그랬다. 깊은 얘기도 했고 신뢰도 쌓았으며 한국에 대한 이해도 높였다.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제기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예상할 수 있던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단순한 동맹 그 이상이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전방위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성공적인 동계올림픽을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적인 발언은 코리아 패싱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북한 김정은에게도 강도 높은 경고를 한 것은 물론 한국은 대단히 중요한 국가이기에 절대 우회하지 않을 것이며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한·미 정상회담만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꼭 한 가지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문 대통령의 연내 방중과 시진핑 주석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의 방한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중국도 2022년에는 베이징-장자커우 동계올림픽이 계획되어 있기에 차기 올림픽 개최국 수반으로서 평창올림픽의 개회식이나 폐회식에 참석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성사된다면 한·중 관계는 지난 2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미래를 약속받으면 그것이 바로 슈퍼 정상회담이다.
김열수 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시사풍향계-김열수] 슈퍼 한·중 정상회담이 되려면
입력 2017-11-08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