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트럼프 시위’… 경찰 통제에 충돌은 없었다

입력 2017-11-08 05:00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시위대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일민미술관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왼쪽 위). 아래쪽 이순신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에서는 방한 반대 집회 참석자들이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륺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앞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캐딜락 원’을 타고 이동했다. 서영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7일 청와대 인근과 광화문광장에서 진보단체의 대규모 반대 집회가 열렸다. 보수단체는 맞불 집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했다. 경찰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차벽을 세웠지만 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220여개 시민단체가 합류한 ‘NO트럼프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쟁위협 트럼프는 돌아가라” “무기강매 트럼프는 돌아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우린 널 환영하지 않는다’ 등이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김창한 민중당 상임대표는 “트럼프의 방한을 강력 규탄한다”며 “트럼프에게 즉시 이 땅을 떠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평화적인 대북정책을 요구하는 ‘한미일 공동선언'도 발표했다. 한충목 전쟁반대평화실현 국민행동 공동대표는 “트럼프가 방일 방한하는 과정에서 미국서도 일본서도 공동 투쟁을 전개했다”며 “트럼프 정부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즉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오후 1시쯤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했다. 경찰 추산 500명, 주최측 추산 1000여명이 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 행렬이 지나간 오후 3시30분 이후에는 청와대 100m 앞 떨어진 ‘126멘션’ 앞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보수 단체들은 오후 1시부터 종로구 청계광장과 중구 덕수궁 대한문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대한애국당은 세종대로 사거리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념 한미 동맹 강화 및 박근혜 대통령 정치투쟁 지지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정책을 지지한다” “김정은 체제와 핵미사일 제거 자유통일 성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과 ‘태극기 혁명 국민운동본부’도 각각 대한문 앞과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했다.

경찰은 서울시내에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안전 문제에 대비했다. 갑호비상은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이나 대선 등 국가적 중요 행사가 있을 때 발령하며 가용 경찰력을 총동원할 수 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광장 둘레와 주한미국대사관 주변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약 10m마다 경찰 병력을 배치했다. 195개 중대 약 1만5600명의 병력이 동원됐다.

경찰은 차벽을 설치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큰 물리적 충돌 없이 집회는 종료됐다. 경찰 버스 20여대를 이용해 광화문광장 주변을 절반 이상 둘러싸는가 하면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청와대 100m까지 삼보일배 행진을 시도했으나 경호구역 인근이라는 이유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언쟁만 오갔을 뿐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허경구 이택현 기자,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