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친노(親勞)’ 성향을 등에 업고 금융권 노조의 경영 참여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이 또 다른 형태의 ‘외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0일 열리는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선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제안한 안건 2개가 표결에 부쳐진다. KB노협은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건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지배구조위원회 등 6개 위원회에서 대표이사를 배제하는 정관 변경을 제안했다. 지난 6일부터는 본격적인 주주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두 안건 중 하나라도 통과된다면 노조 발언권은 커진다. KB노협은 회장이 사외이사를 뽑고 그 사외이사가 회장을 뽑는 불투명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노조 고발로 최근 경찰이 KB금융 본점을 압수수색한 점 등이 노조가 세졌다는 증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안건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외이사 선임은 출석 주주 의결권 과반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넘겨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는 통상 노조의 경영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인 경우가 많다”며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은 전례 없는 일이어서 60%가 넘는 외국인 주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내에선 ‘KB사태’로 흔들렸던 조직이 내부 출신 회장 취임 후 급속히 안정됐는데 과도한 노사 갈등으로 다시 조직이 흔들리면 외풍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은행 노조는 “차기 행장은 내부 인사여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예금보험공사가 차기 행장을 뽑는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우리사주조합(지분율 5.6%)을 통해 맞대응할 움직임도 보인다. 검찰은 이날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집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채용비리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금융권 노조 경영 참여 기치… “투명성 제고” vs “외풍 우려”
입력 2017-11-08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