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민낯] 삭막해진 인심… 확 줄어든 기부, 원인은 ‘무관심’
입력 2017-11-07 18:40 수정 2017-11-07 22:02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2년 전과 비교해 현재 소득에 만족하는 이들이 늘었다. 경제적 여력이 있어서 자식과 떨어져 산다는 노인도 늘었다.
하지만 기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기부를 등한시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취약계층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옅어진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은 진짜 옛말이 됐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인구 중 82.1%는 소득이 있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2년 전 조사 결과(78.5%)보다 3.6% 포인트 늘었다. 19세 이상 응답자 3만4837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다.
소득이 있는 사람 가운데 현재 소득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중은 13.3%로 2년 전보다 1.9% 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로 소득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은 46.3%에서 46.0%로 감소했다. 자신의 현재 소득 수준이 보통이라고 답한 사람은 40.7%를 차지했다. 소득 만족도가 늘어난 만큼 소비생활 만족도 역시 올랐다. 여가나 취미생활 등 전반적 소비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5.4%였다. 2년 전보다 1.5% 포인트 늘었다.
자녀와 떨어져 살고 있는 60세 이상 노년층의 상황도 변했다. 독립적으로 생활이 가능해서 떨어져 산다는 이가 31.4%나 됐다. 떨어져 사는 게 편해서라는 대답(29.4%)보다 많았다. 2년 전만 해도 떨어져 사는 게 편하다는 이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소득 상황은 나아졌지만 ‘이웃과 나눔’은 자취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조사 대상 3만9000명 중 지난 1년간 기부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7%에 불과했다. 2011년 조사 때엔 36.4%가 기부 경험이 있다고 답했었다. 6년 사이 10% 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더 심각한 점은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에 있다. 돈이 없어서라는 답은 2년 전 조사 때보다 줄어든 반면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대폭 늘었다.
나눔은 외면하면서 복지 요구는 높다. 보건의료 서비스 등 복지 제도를 고려한 전반적 생활여건을 묻는 질문에 ‘변화 없음’ 또는 ‘나빠졌다’는 응답이 58.8%나 됐다. 연령별로 30∼39세에서 나빠졌다는 대답이 16.6%로 가장 많았다.
세종=신준섭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