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민낯] 이기적 사건 증가… 교통사고 후 블랙박스 떼내

입력 2017-11-07 18:39 수정 2017-11-07 22:04
보복운전으로 피해자에게 큰 상해를 입힌 뒤 피해자가 후송되자 보복운전을 감추기 위해 피해자 차량의 블랙박스까지 떼어내 버린 운전자가 검거됐다. 병역을 피하기 위해 몇 년간 조현병 환자로 살았던 남성도 구속됐다. 이기적이고도 삭막한 세태의 단면이다.

경북 칠곡경찰서는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전도시킨 뒤 증거인멸을 시도한 A씨(56)에 대해 7일 특수상해와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8월 25일 중앙고속도로 하행선 가산터널 인근을 운행하던 중 뒤따라오던 B씨의 차량이 자신의 외제차를 2∼3회에 걸쳐 추월하려하자 이에 격분해 터널을 통과한 직후 급제동했다.

뒤따르다 급제동에 놀란 B씨는 갓길로 방향을 틀었으나 A씨가 같은 방향으로 차량을 진행시켰고 결국 B씨 차량은 A씨 차량을 피하려다 콘크리트 옹벽과 충돌한 뒤 전도됐다. 중상을 입은 B씨가 병원으로 후송되자 주변에 있던 A씨는 보복운전을 숨기기 위해 사고 장면이 녹화된 B씨의 차량 블랙박스를 떼어내 인근 풀숲에 버린 후 오히려 추돌사고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보복운전을 당했다는 B씨의 진술과 두 차량의 충돌부분을 수상하게 여겨 치밀한 수사 끝에 보복운전임을 밝혀냈다. A씨는 현재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A씨가 버린 블랙박스를 수차례 수색 끝에 회수해 분석한 결과, 범죄가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속도로의 보복운전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해 차량의 블랙박스를 손괴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A씨를 구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산에선 병역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연기했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이날 허위진단서로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이모(31)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5년 11월 신체등급 1급 현역입영대상 판정을 받았으나 입영을 계속 미뤘다. 그러다 각종 정보를 입수해 조현병 환자를 흉내 내며 2년여 치료까지 받은 끝에 2011년 10월 병원 정신과에서 병사용 조현병 진단서를 받았고, 2012년 4월 5급 처분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병원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았을 당시 이씨의 지능지수는 53이었으나 병역 기피 후 그는 수입차 영업사원이나 소규모 언론사 기자 등으로 일하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했다. 이씨의 범행은 조현병 진단으로 취소된 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하려고 병원에서 재검진 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씨의 지능지수가 114로 나오자 수상하게 여긴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칠곡·부산=김재산 윤봉학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