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訴 애플 손들어준 美 대법원

입력 2017-11-08 05:05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소송전에서도 물고 물리는 불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세한 가운데 실용기술 소송에서는 법원이 애플 손을 들어줬다.

7일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6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신청한 상고심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하급심 판결이 사실상 확정돼 삼성전자는 애플에 1억1960만 달러(약 133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게 됐다. 이번 소송은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3개의 특허기술과 관련돼 있다. 휴대전화 화면의 링크를 통해 다른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과 밀어서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 단어를 입력할 때 오타를 자동으로 고쳐 완성해주는 기능이다.

1심 재판부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법원은 2014년 5월 “삼성전자는 애플에 1억1960만 달러를, 애플은 삼성전자에 15만8400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1심 판결을 번복했지만 같은 해 10월 11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여한 전원합의체 재심리에서는 1심 판결이 타당하다며 다시 뒤집었다.

삼성전자는 판결에 불복해 지난 3월 연방대법원에 상고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결정은 애플이 해당 특허로 부당하게 이득을 얻고 경쟁사의 혁신을 방해하면서 시장 경쟁보다는 법리 다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을 다시 산정하는 재판이 시작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삼성전자에 대한 디자인 특허 배상액이 과도하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한 지 10개월여 만이다. 앞서 애플이 2011년 4월 삼성전자를 디자인 특허 침해로 고소하면서 두 경쟁사 간 소송전의 막이 올랐다. 1심 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9억30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에서는 배상액이 5억4800만 달러로 줄었지만 삼성전자는 상고했고 결국 파기환송을 받아냈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를 굳히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834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점유율 21.2%로 올해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애플의 점유율은 11.9%였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Ⅹ이 출시되는 4분기에는 점유율 변동이 예상된다. 이를 겨냥한 듯 삼성전자는 아이폰 10년 역사를 조롱하는 1분짜리 광고 영상을 내놓기도 했다.

글=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