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3시 LG전자 창원 연구·개발(R&D)센터 4층. 사람 키보다 큰 대형 3D 프린터 안에서 잉크 카트리지가 액체 플라스틱을 분사하며 정신없이 움직였다. 카트리지를 따라 냉장고 시제품에 들어갈 부품도 서서히 모습을 갖춰갔다. 이 프린터는 주방가전 신제품에 들어갈 정밀한 부품이나 실험적 디자인의 냉장고 문짝 등을 찍어내는 역할을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외부 금형업체에 맡기던 부품 제작 일을 3D 프린터 4대가 분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달 26일 준공한 창원 주방가전 R&D센터 내부를 이날 처음 공개했다. 창원 R&D센터는 전 세계 170여국에 공급하는 냉장고·정수기 등을 개발하는 LG 주방가전의 산실이다. LG전자는 이곳을 전 세계 140조원 규모의 주방가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송대현 H&A사업본부장(사장)은 “창원 R&D센터는 주방가전과 관련된 유무형의 재산을 제품으로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1500억원을 들여 냉장고 모양을 본떠 지은 R&D센터는 지상 20층, 지하 2층에 연면적 5만1000㎡ 규모의 주방가전 연구시설이다. 제품·지역별로 흩어져 있던 주방가전 R&D 조직을 이곳으로 불러모았다. 여기서 일하는 연구원 1500여명의 목표는 LG전자의 앞선 히트작 ‘얼음정수기 냉장고’ 같은 융복합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건물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지하주차장처럼 생긴 공터가 나왔다. 차 대신 냉장고가 빼곡히 줄지어 서 있었다. 400평 공간에 1년 내 출시된 최신 냉장고, 오븐 등 500대가 제품군별로 분류돼 있는 모습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곳은 신제품을 구상·개발하는 연구원들이 기존 제품을 살펴보기 위해 찾는 시료보관실인데, 연구원들에겐 도서관 같은 곳”이라며 “연구원들이 신제품 모티브를 얻어가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14층 ‘글로벌 쿠킹랩’에는 LG전자 광파오븐부터 외부 업체에서 만든 화덕과 상업용 오븐, 제빵기까지 갖은 조리기기가 배열돼 있었다. 연구원들은 이곳에서 LG 주방가전이 만들 수 있는 음식 조리법을 개발하거나 제품이 요리 맛을 잘 내는지 성능을 확인한다.
송 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프리미엄 제품들을 늘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겠다”며 “디자인과 사용 편리성 등을 보강해 ‘예술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LG 세탁기에 대한 미국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대응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는 중”이라며 “경우의 수에 따른 시나리오를 준비해뒀다”고 말했다.
창원=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3D 프린터로 냉장고 門 찍고… ‘가전 도서관’엔 500대 빼곡
입력 2017-11-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