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7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 윤모씨 등 보좌진을 체포하고 윤씨의 집과 전 수석이 회장으로 일했던 한국e스포츠협회를 압수수색했다. 전 수석은 곧바로 어떤 불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살아 있는 권력인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방송 재승인 로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은 최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런데 당시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갑자기 다시 시작된 것이다. 검찰은 새로운 단서가 나와 수사를 재개했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쏟아진다. ‘적폐청산 수사와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방해 사건에 대한 내부 불만을 감안한 포석’ ‘검찰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청와대와의 신경전’ 등이 그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게임 관련 단체들이 대거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는데 전 수석의 역할이 컸기에 수사 시기와 대상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혹시 불순한 의도가 개입됐다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예민한 사안이다.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배경을 추측하는 것 자체가 검찰에게는 부담이다. 검찰이 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정의롭게 권한을 행사하기를 바라는 많은 국민에게도 다시 실망을 주는 이야기다. 검찰이 정권에 맹목적으로 충성했던 잘못된 과거가 아직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탓이다.
선입견과 오해를 불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뿐이다. 강 전 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원은 판결문에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인에게 불법자금을 지출했다”고 적시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자료를 삭제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그런데도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이유로 수사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검찰이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고 끝낸다면 온갖 추측이 힘을 얻을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포장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 추락할 것이다. 국민들이 어느 사건보다 관심을 갖고, 어느 때보다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검찰은 잊어서는 안 된다.
[사설] 검찰, 살아 있는 권력은 더 철저히 수사하라
입력 2017-11-07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