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아베, 트럼프의 조수役… 전략적 노예상태”

입력 2017-11-07 18:23

방일 기간 우정 과시했지만
아베, 골프·만찬때 수모당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기간 우정을 과시했지만 실제로 뜯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스러운 조수(loyal sidekick) 역할에 불과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5∼7일 일본에 머물 때 여러 장면에서 아베 총리가 동등한 국가 정상으로 비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선 공동 기자회견 때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아베 총리를 쳐다보며 “요즘 일본 경제 괜찮냐(okay)?”고 물었다. 그런데 ‘okay’는 마치 부모가 아이에게 뭘 물을 때 쓰는 단어라는 것이다. 순간 아베 총리도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둘이 골프 라운딩을 하기 전 모자에 기념사인을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한가운데 큼지막하게 사인하고 아베 총리는 얼마 남지 않은 구석 자리에 쓰도록 했다. 아베 총리는 공식만찬 때도 굴욕을 당했다. 트럼프는 만찬 연설에서 “당선자 시절에 아베 총리가 날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면서 “난 안 만나려 했는데 벌써 비행기를 탔다기에 만나줬다”고 소개했다.

이를 두고 WP는 “아베 총리가 안보 문제 때문에 스스로를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노예(strategic servitude)’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아베 총리가 어느 날 일어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 하나로 파문당하는 수모를 당할 수도 있다”는 미 전직 고위 관료의 경고도 소개했다.

이런 정황을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일본을 떠나며 “아베 총리와의 우정이 미국에 큰 이익이 된다. 대규모 무기 및 에너지 구매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