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43)씨가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 워크숍에 ‘깜짝’ 등장한다. 이명박정부 시절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김씨가 새 정부 들어 핵심부처로 급부상한 공정위 직원들 앞에 강연자로 서게 된 것이다.
김씨 섭외는 김상조 위원장이 직접 성사시켰다. 행사를 준비하는 공정위 관계자는 7일 “김 위원장이 김씨 매니저 것이라며 연락처를 주고 갔다. 얼떨결에 받은 전화번호로 연락해 봤더니 이미 워크숍에서 강연을 하기로 다 얘기가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전 직원이 참석하는 워크숍은 내년 업무계획을 세우고, 직원들 간 친목을 도모하는 내부 행사다.
김 위원장이 직접 김씨를 부르게 된 건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울산 지역 한 노조행사에 사회자로 초청받았다. 조선소에서 근무하던 첫째 매형을 산업재해로 잃었던 아픈 기억을 가진 김씨는 조선업계 근로자 처우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당시 진행 중이었던 업계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했다. 이에 김씨는 ‘재벌 저격수’로 명성을 떨치던 김 위원장에게 ‘특별강의’를 요청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김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3시간 동안 조선업계 상황을 설명했다. 강의료를 따로 받지도 않았다. 대신 김 위원장이 김씨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돕기로 약속했다. 김씨 입장에서는 당시 김 위원장에게 졌던 빚을 강연으로 갚게 된 셈이다. ‘몸값 높은 MC’로 알려진 김씨는 이번 공정위 강연에 대가도 따로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보테이너(진보+엔터테이너)’로 불리는 김씨가 공정위 직원을 상대로 펼칠 강연 주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씨는 박근혜정부를 퇴진시킨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등 각종 정치·사회 문제에 활발히 목소리를 내 왔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단독] MB정부 블랙리스트 김제동, 공정위 강사로
입력 2017-11-07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