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소득에 대하여 근로소득으로 원천징수하거나 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한 경우에는 해당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소득세법 제21조 제3항). 이는 종교인소득을 근로소득으로 할 것인지 기타소득으로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종교인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런 입법의 형태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체계의 입법으로, 법리상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왜 이렇게 어색하게 됐는지 입법 과정을 살펴보자. 당초 이 법의 입법 취지는 종교인의 사례비(생활비)에 대하여만 과세하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근로소득으로 신고 납부해 온 일부 종교인의 뜻을 존중한다는 명분 아래 국회 심의과정에서 법안의 절충안을 만든 것이 현재의 모양으로 됐다.
문제는 근로소득에 관한 법령과 종교인소득에 관한 법령은 다르다는 데 있다. 근로소득으로 보는 경우에는 근로소득에 관한 법령을 적용받아야 하고, 종교인소득으로 보는 경우에는 종교인소득에 관한 법령의 적용을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법의 형태가 이러한 이상 과세 당국의 입장에서는 이 두 소득 간 형평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근로소득으로 보는 경우 과세대상인 것은 종교인소득으로 보는 경우에도 과세대상인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종교인소득 세부과세기준안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세부과세기준안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과세기준안의 세부항목별로 ‘과세’ ‘비과세’ ‘과세제외’로 분류하면서 표시한 근거규정을 보면, 과세항목 중 생활비 사례비 등 일부 항목, 비과세항목 중 교육비 등 일부 항목에 표시한 근거규정은 종교인소득에서 규정된 과세 또는 비과세 규정을 그대로 적시하고 있고, 나머지 분류항목의 근거규정은 모두 근로소득에서의 과세 비과세 과세제외 규정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과세 당국은 이 과세기준안에 대한 종교계에서의 반발을 의식해 지난달 10일 종교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종교계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과세기준은 실무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행 법령의 규정을 감안하면 과세대상을 줄이는 것이 그리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줄이겠다고 발표한 과세 당국이 아직까지도 어떤 항목을 어떻게 줄이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지 못하는 것을 봐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종교인소득은 그 특성상 근로소득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는 노릇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한 가지 있다. 이 법의 입법초심으로 돌아가서 종교인소득은 종교인소득으로만 하고 근로소득으로 본다는 규정을 없애는 것이다. 국회에서 이렇게 해 주지 않는 이상, 현행 법령의 개정이 없는 상태에서 종교인소득 과세대상을 근로소득 과세대상과 달리 정한다 하더라도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고 언제든지 현재와 같은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따라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종교계뿐 아니라 과세 당국도 국회에서의 법령개정을 함께 요구해야 할 것이고, 그 이후 종교계는 과세 당국에 과세대상을 축소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령이 개정될 동안 과세시행을 보류하는 것이 마땅치 않을까 싶다.
끝으로 필자는 어떤 정책이든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본다. 잘못된 방향임에도 속도만 강조하다가 유턴하기에는 사회적 부작용과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고 믿는 까닭이다.
이석규(한국교회법학회 감사 겸 세무사)
[기고] 종교인소득 과세대상 항목 축소하려면
입력 2017-11-08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