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기도로 넘자”… 한국교회 하나로 뭉친다

입력 2017-11-07 21:15
교계 주요 인사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가와 민족, 평화를 위한 연합기도회 발대식’에서 기도회 성공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국가와민족을위한기도회준비위원회 제공

개인이나 가정, 나라와 민족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역사 속의 성도들은 온전히 하나님께 무릎을 꿇었다. 대표적인 예가 이스라엘 백성들의 ‘미스바 기도’다. 미스바는 구약시대 사무엘 선지자 시절, 이스라엘 민족이 모여 회개하고 악을 몰아내던 장소다(삼상 7:6). 사무엘은 우상숭배로 죄를 범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미스바로 모이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리라”고 권면했고, 백성들이 모여 기도함으로 국가의 난관을 극복했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세계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땅에 미스바의 기도가 재현되기를 염원하며 한국교회가 뜻을 모았다.

국가와민족을위한기도회준비위원회(준비위원회)는 오는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국가와 민족, 평화를 위한 연합기도회’를 연다.

연합기도회 개최는 지난달 1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교회 지도자 모임’에서 결정됐다. 그 자리에서 김삼환(명성교회 원로) 목사가 대표대회장에,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가 준비위원장에 각각 추대됐다.

준비위는 조성기(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기획위원장) 목사를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해 본격적인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기도회 명칭은 ‘국가와 민족, 평화를 위한 연합기도회’로 정해졌다. 이어 지난달 26일 교계 인사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도회 발대식을 가졌다. 당시 발대식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앤드루 영 전 유엔대사 등도 참석했다.

대표대회장 김 목사는 “나라를 위기에서 건지는 길이 한국교회의 기도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기도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히스기야왕은 앗수르왕 산헤립의 공격을 받았을 때 자신의 옷을 찢고 굵은 베를 두르고 여호와의 전에 들어가 기도했고, 기도의 응답으로 그 밤에 여호와의 사자가 나와 앗수르 군사 18만5000명을 쳤다”며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우리의 길은 홍해와 같이 열릴 줄로 믿는다. 대한민국이 전쟁 없이 핵을 제거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비위원장 소 목사는 “이번 기도회는 잔치가 아니라 회개하며 나라의 안보와 한·미 관계 증진, 평화 통일을 위해서 기도하는 자리”라며 “북한 핵보다 더 위대하고 무서운 기도의 능력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실, 무지개 같은 선물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연합기도회에는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연합기관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 등 40여개 교단과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등 30개 단체가 동참한다.

한기연 소속 교단장들은 목회서신을 통해 “한반도의 안보 위기 속에서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는 시편 121편 말씀을 더욱 붙잡게 된다”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기독교가 중심이 돼 하나님께 기도하므로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연합기도회가 민족을 구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교회가 일제 강점기,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 등 역사의 변곡점마다 민족의 융성과 한국교회 부흥을 위해 눈물로 기도해 왔듯이 이번에도 기도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기도회 주제는 ‘평화의 그리스도, 민족의 희망’이다. 성도들은 ‘모든 위협에서 우리를 건져 주옵소서, 평화의 주여 이 땅을 고쳐 주옵소서’라는 표어를 외치고 함께 기도하게 된다.

식전 행사로는 극동방송어린이합창단의 특별공연이 펼쳐진다. 미국 카네기홀에서 ‘나라사랑평화음악회’로 성황리에 공연을 가진 합창단이다. 이어 서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쉐키나 찬양팀의 찬양 인도 후 교회 지도자들이 함께 나와 양각나팔을 불며 기도회 시작을 알린다.

연합기도회는 총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 ‘감사와 회개로 온 세대가 함께하는 마당’, 2부 ‘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치유와 회복의 마당’, 3부 ‘민족과 함께하는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마당’이다. 3부는 모든 참석자가 합심해 기도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연합과 하나 됨을 상징하고자 명성교회, 새에덴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의 성도들이 참여하는 1만여명의 연합찬양대와 3000여명의 다음세대 찬양대의 찬양 순서도 마련됐다. 교계 인사들은 이번 기도회가 갈라진 마음이 하나로 모여 조국을 위해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자리가 되길 염원했다.

한헌수 전 숭실대 총장은 “우리는 용서하고 용서받는 일을 제대로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못했고, 그 결과 교회조차 화합하지 못했다”며 “남과 북이 평화를 이루는 책임을 교회가 감당하지 못했음을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 이번 기도회를 통해 화해와 용서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한국교회가 될 것을 결단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도홍(예장대신총회 남북위원장) 백석대 교수는 “남북통일은 한국교회가 지고 가야 할 십자가”라며 “교회가 십자가의 복음으로 회귀해야 하며 그 복음이 굳건히 섰을 때 하나님은 한국교회의 기도를 들으시고 평화통일을 우리에게 허락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조 전 대한성공회 주교는 “우리 눈앞에 일촉즉발의 전쟁 위협이 보일지라도 하나님 앞에 겸손히 무릎을 꿇고 평화를 이루어주실 것을 기대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