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때 김무성 의원
부산 유세장서 주장한 내용
2009년 국정원이 작성해 靑에
보고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 보고서와 거의 일치
원세훈, DJ·盧 비판하려 만들어
2012년 12월 제18대 대선 닷새 전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김무성 의원이 부산 유세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며 언급한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이 이명박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는 6일 “2012년 12월 14일 당시 김 의원이 부산 지역 지원 유세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한 NLL 관련 내용은 2009년 5월 7일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검토’ 발췌본 보고서와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개혁위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8년 1월 ‘2007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문건을 1급 비밀로 생산했다. 이듬해 국정원은 이 문건을 2급 비밀로 재분류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5월 4일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비판할 목적으로 10페이지 분량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검토’ 발췌본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보고서는 사흘 뒤 당시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에게 보고됐다.
국정원은 보고서에서 “국정원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인 ‘6·15 및 10·4 선언’의 문제점을 대내외에 전파해, 북한·좌파의 전면이행 주장을 제압하고, 우리 대북 정책의 정당성을 부각해 나가겠다”고 명기했다.
개혁위는 또 2013년 1월 한 월간지에 게재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검토’ 문건도 국정원이 작성한 보고서와 동일본이라고 밝혔다. 개혁위는 새누리당 유세에 활용된 문건과 월간지에 게재된 문건의 유출 경로로 2009년 12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를 지목하고,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를 권고했다.
개혁위는 또 2013년 ‘2007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개혁위에 따르면 남 전 원장은 2013년 4월 17일 회의록 전문을 처음 열람한 뒤 다음날 국정원 산하 법무담당 부서에 회의록이 공공기록물 혹은 대통령기록물인지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법제처는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해석을 보류하다 결국 반려했다.
이후 남 전 원장은 2013년 6월 일부 간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소신’이라는 이유로 2급 비밀인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뒤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했다. 다만 개혁위는 회의록 전문 공개 과정에서 국정원이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혁위는 남북정상 간 대화에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개혁위는 또 이명박정부 청와대가 2010년 1월부터 국정원에 명진 스님의 사생활 등 특이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등 견제 활동에 나선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2010년 6월 야권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토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개혁위는 2012년 대선 당시 ‘좌익효수’라는 필명으로 온라인 댓글 활동을 벌인 전 국정원 직원 유모씨의 활동에 대해서는 국정원과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승욱 김판 기자 applesu@kmib.co.kr
‘盧 NLL 포기’ 대화록 MB 靑 외교안보수석실서 유출
입력 2017-11-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