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부품 담합 피해자면서… 조용한 현대차

입력 2017-11-06 23:36 수정 2017-11-07 19:47

공정거래위원회는 연료펌프 등 자동차 부품을 담합한 일본과 미국 기업에 과징금 371억원을 부과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13년 12월부터 공정위가 적발해 제재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국제 카르텔 사건 중 11번째다. 공정위가 자동차 부품 업체에 매긴 과징금만 수천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담합에 따른 피해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리즈’로 이어지는 국제적인 자동차 부품 담합의 최대 피해자는 현대·기아차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의 태도가 이상하다. 피해 기업으로 응당 해야 할 담합업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커녕 공정위의 담합 조사에 비협조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1일 공정위 심판정에선 생경한 광경이 연출됐다. 당시 공정위 전원위원회는 이번에 발표한 덴소와 델파이 등 다국적 자동차 부품 기업의 과징금을 결정하고 있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심사관은 현대차가 조사에 극히 비협조적으로 나왔다며 “의아하다”고 말했다.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를 한 업체는 담합을 근절하는 데 역할을 했는데, 되레 현대·기아차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대·기아차의 이런 태도를 바라보는 정부 시선엔 서운함이 녹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익을 위해 국제적 담합을 밝혀줘도 현대차는 담합으로 속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면서 “글로벌 기업답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현대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년간 이어진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해 왔다”고 했다. 이어 “법원 소송 등을 진행 중인 만큼 담합 피해가 확정되면 손해배상 소송 등을 통해 책임을 가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담합의 성격이 가격을 인상하려는 것이 아니라 낙찰자 산정 방식을 협의한 것이어서 부품 단가와 관련이 없지만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