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다르지만 비슷한 길
친박 핵심서 반박의 중심에
대선 국면서 ‘자강론’ 갈등
金 “돌아오는 비난 감수
지방선거서 보수층 결집이
탈당과 한국당 합류 이유”
정치적 위기에 빠진 劉
“몇명 남더라도 계속 갈 것
향후 헤쳐모여 통합이 옳아”
‘러브샷 입맞춤’(사진)을 한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한 사람은 떠나고 한 사람은 남게 됐다.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다. 같은 배를 탔으면서도 위태로웠던 두 의원의 동거가 결국 막을 내렸다. ‘반박(反朴·반박근혜) 정서’ 말고는 공통점이 없었던 이들의 결별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김 의원과 유 의원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에서 밀려나 ‘반박’의 중심에 섰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에서 각각 당대표(김무성)와 원내대표(유승민)를 지냈다. 두 사람은 바른정당의 최대 주주였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심리적 거리가 멀어졌다. 김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마음이 기울었고, 유 의원은 자강론을 외치며 대선에서 완주했다.
지난 9월 10일 바른정당 의원단 만찬에서 두 사람이 했던 러브샷 입맞춤은 갈등을 감추고 ‘한 배’에 머무르려 했던 마지막 노력이었다.
정치 선후배에서 동지 관계를 거쳐 긴장 관계까지 치달았던 이들은 이제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탈당과 잔류라는 다른 선택을 했지만 두 사람 앞에 비단길보다는 가시밭길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한 김 의원은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당까지 깊은 고민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하면서 지키지 못한 많은 말들을 했다”며 “돌아오는 비난을 감수하겠다. 비난을 다 맞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타깝지만 더 치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른정당의 실험은 실패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또 “‘문재인정부의 폭주를 막으라’고 하는 것이 지금 보수층 국민들의 요구”라며 “국민들의 요구에 따르기 위해 비난을 감수하고 바른정당을 탈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정부에 맞서기 위해 보수가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탈당과 한국당 합류를 선택한 가장 결정적 이유로 내년 지방선거를 들었다.
그는 “지방선거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한 보수 통합이 안 된 것이 안타깝지만 보수 표심이 지방선거에서 한쪽(한국당)으로 쏠릴 것”이라며 “양당(한국당·바른정당)이 후보를 다 낸다고 해도 표심이 한쪽으로 몰리면 지방선거 승리의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소속 의원들의 탈당으로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자강(自强)의 의지가 꺾이지는 않았다. 유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몇 명이 남더라도 우리가 가고자 했던 길로 계속 가겠다는 마음에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바른정당과) 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헤쳐모여’ 식 통합을 하는 것이 옳은 통합”이라며 “앞으로 그런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 개혁보수 세력의 통합에 대한 의지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유 의원은 의원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최대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탈당 의원들과 관련해선 “끝까지 바른정당을 같이 지키지 못하고 한국당으로 가겠다는 의원들을 이해는 못하지만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새누리당을) 탈당할 때 저는 새누리당에 남아 끝까지 개혁을 해보려고 했던 사람이고, 지금 탈당한 의원들은 당시 제일 먼저 탈당하신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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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1-0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