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낙인 찍힐 바엔
차라리 치료 안받겠다”
100% 지원에도 잠적
연락 끊으면 속수무책
HIV 초기 잘 치료하면
에이즈로 발현 안되고
전파 가능성 크게 줄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감염 환자 660명이 연락두절 상태인 것으로 6일 파악됐다. 이들 대부분은 HIV 전파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추정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HIV·에이즈 환자 중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전국 보건소와 연락이 끊긴 감염인은 660명으로 집계됐다. 에이즈 환자 관리는 전국 254개 보건소별로 1년 내 기간을 정해 직접 연락을 취하고 투약 여부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연락이 끊긴 경우 치료를 중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진료를 받지 않고 있는 감염인은 2016년 말 기준 645명에 달했다. 치료 중단 감염인은 2012년 630명, 2013년 744명, 2014년 653명, 2015년 619명 등 매년 600∼700여명 수준이었다.
각 보건소는 환자 인권 강화와 익명 보장을 위해 연락처를 제외한 주소·명부 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 보건 당국이 환자의 신상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환자가 진료비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에 그친다. 하지만 이마저 ‘낙인’이 두려워 숨는 환자가 많다.
HIV 감염의 경우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에이즈로 발현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도 현저히 줄어든다. 국가도 HIV·에이즈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해 100% 진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진료비 90%는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고 나머지 10%는 환자가 지역 보건소에 실명 등록을 하고 신청하면 지급된다. 하지만 보건소에 진료비 지원 신청을 한 HIV·에이즈 환자는 2012년 4654명, 2013년 5082명, 2014년 5462명, 2015년 6062명뿐이다. 전체 에이즈 환자의 60∼65% 수준이다. 실명 등록에 반감을 느껴 등록을 꺼리거나 일부는 아예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직장인 등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은 보건소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감염 사실이 알려질까 걱정을 많이 한다”며 “본인이 필요하면 연락할 테니 보건소에서 먼저 연락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보건소 관계자도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도 실명 전환을 꺼리고 연락을 끊는 경우도 있다”며 “HIV는 항바이러스제제 복약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데 연락을 중간에 끊으면 관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단독] 감염자 660명 치료중단·연락두절… HIV·에이즈 관리 비상
입력 2017-11-06 18:05 수정 2017-11-06 2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