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채용비리 국면 틈탄 ‘新관치’ 논란 점화

입력 2017-11-07 05:05

채용비리 의혹으로 행장 공백 사태를 맞은 우리은행에서 ‘신(新)관치’ 논란이 촉발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차기 행장을 뽑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에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예보는 지난 1월 우리은행 행장 선출 때 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100% 존중한다며 임추위 멤버로 활동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매각 공고를 내며 ‘경영 자율성 최대한 보장’ ‘차기 행장 선임도 사외이사 주도로’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용비리 의혹에 따른 이광구 행장 사퇴를 계기로 정부 개입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당장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새로운 관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우리은행 이사회 핵심 관계자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보가) 지난번 행장 선출 과정에선 자율성을 존중하겠다고 하더니 이번엔 들어오겠다고 한다”며 “정부 쪽 누군가를 (행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우리은행 과점주주(IMM PE, 한국투자증권,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화생명) 추천 사외이사들은 차기 행장 조건으로 우리은행 및 계열사 5년 내 전·현직 부행장급 이상 경력을 내세우며 금융관료 출신 낙하산 후보를 원천 봉쇄했다.

당시 이 행장이 민영화 성공 공로로 연임되긴 했지만, 정부 지분 18%가 남아 있음에도 외부 입김 없이 경영권 승계를 완수해 새로운 금융사 지배구조 모델을 도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위도 수차례 입장 자료를 내고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흔치 않은 과점주주 형성 방식의 민영화”라며 “대한민국 금융 산업이 퀀텀 점프를 하게 되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지난달 불거진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 이후 정부 기류가 행장 선출을 방관할 수 없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18% 지분을 가진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 핵심 사항에 손을 놓는다면 배임에 해당한다는 언급조차 등장하기도 했다.

관치 논란이 불붙을 기미가 보이자 당국은 한발 빼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바 없으며, 여러 의견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주에 임추위 구성을 위한 임시 이사회를 열 계획이다. 연말까지는 새 행장을 선출한다는 목표다.

채용비리 의혹에 따른 행장 공백과 새 행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진통이 겹치며 정부의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 일정도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사외이사진 내부에서조차 지분 추가 매입을 계획했다가 철회를 고려 중이란 언급이 나오고 있다.

우성규 나성원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