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용과 형식 모두 빈약한 대북 독자 제재

입력 2017-11-06 17:20
외교부가 6일 올해 첫 대북 독자 제재안을 관보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대북 제재의 내용이나 형식 모두 왜 발표했는지 모를 정도로 빈약했다. 우선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포함시켜야 할 은행 등 북한의 기관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9월 제재 대상에 북한 은행 10곳을 포함시켰다. 북한이 아무리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우회하는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은행이나 기관을 제재하면 그나마 돈줄을 죌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북한 중앙은행인 조선중앙은행도 포함되지 않았다. 또 미국이 독자 제재한 북한인 26명 중 우리는 18명만 제재 대상애 포함시켰다. 제외된 인사 중에는 조선금강은행 두바이지점과 베이징 은행 대표와 북한 하나은행 단둥지점 대표 등이 있다. 이들은 해외 근로자들의 외화벌이, 달러 거래에 관여하거나 위장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기관의 대표들이다. 발표 형식도 관보 게재에 그쳤다. 관보에 게재했다는 사실을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로 알렸다. 과거에는 국무조정실 외교부 통일부 등 관련 부처가 국민들에게 직접 발표했었다.

독자 제재를 하는 이유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 대해 중국 등 회원국들이 잘 협조하지 않거나 묵인함으로써 생기는 구멍을 틀어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일본 및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미 대북 독자 제재를 시행 중이다. 개별 국가의 구체적인 제재는 아무래도 실효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독자 제재는 실효적 조치가 아니라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따른 성의 표시라는 상징성만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제재 수위를 낮춘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동맹국과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제재하는데 당사자인 우리가 이 정도라면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대북·외교 정책이 너무 전략적이지 못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