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천재 선수는 아니었다. 고질적인 드라이버 입스(공포증)에 좌절했으며 어릴적에는 눈물 젖은 빵을 먹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기 위해 자기와의 싸움에서 도망치지 않은 채 정신력을 키웠다.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내세우며 박성현표 ‘닥공(닥치고 공격)’을 창조, 결국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최초 신인 세계랭킹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박성현의 별명은 ‘남달라’다. 최고가 되기 위해선 남과 달라야한다는 생각에 골프백에 ‘남달라’라고 써놓은 게 닉네임이 됐다. 박성현의 골프 인생은 그러나 평탄하지 못했다. 고교 2학년 때인 2010년 국가대표에 선발됐지만 드라이버 입스에 시달려 그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 메달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드라이버 입스는 천형(天刑)과 같았다. 아마추어 대회에선 한 홀에서 아웃오브바운스(OB)를 세 번 날려 13타를 친 적도 있다. 이후 수년간 자신과 외로운 사투를 벌였다. 입스 직전 잘 쳤던 자신의 스윙 비디오를 하루에도 몇 백번씩 보며 샷을 가다듬었다.
프로에 데뷔한 2012년에는 국내 2부와 3부 투어를 전전하면서 고작 32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래도 정신력으로 버티며 박성현은 2부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2014년 KLPGA 투어에 진출했다. 그해 고진영과 김민선, 백규정 등 자신보다 두 살 아래 동생들과 신인왕 경쟁을 벌였다. 박성현은 신인왕을 놓쳤지만 이듬해부터 빛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KLPGA 투어에서 7승을 거두며 한국 무대를 평정했고, 올해 미국으로 진출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터득한 강인한 정신력과 투지는 ‘닥공’ 스타일로 나타난다. 축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태권도 공인3단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체 덕분이기도 했다. 시원시원한 플레이는 수많은 팬들을 매료시켰고 미국에서도 빛을 발했다. 올 시즌 LPGA 신인왕을 확정지었고 상금랭킹도 6일 현재 1위(216만1005달러·24억1000만원)다. 2012년 프로데뷔 후 5년 만에 상금이 무려 753배나 뛴 셈이다.
LPGA 투어는 이제 두 대회만을 남겨 놓고 있다. 이 두 대회 결과에 따라 박성현은 세계 여자골프 역사상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루키 시즌 세계랭킹 1위와 4관왕(올해의 선수상·신인왕·상금왕·최저타수상) 동시 석권이라는 대업을 달성할 수 있다.
한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선 김민휘가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첫 승 기회를 놓쳤다.
김민휘는 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서머린TPC(파72·724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라운드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를 적어낸 뒤 패트릭 캔틀레이(미국), 알렉스 체카(독일)와 2차 연장까지 갔으나 아쉽게 패했다. 트로피는 캔틀레이에게 돌아갔다.
글=모규엽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입스·눈물 젖은 빵… 박성현 ‘닥공’으로 그린 평정 눈앞
입력 2017-11-06 18:24 수정 2017-11-06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