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곧 시대이고 시대가 곧 삶인 때가 있었다. 최민수 고현정 박상원 주연의 드라마 ‘모래시계’(1995)는 5·18민주화운동을 관통하는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엇갈린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하며 ‘귀가 시계’로 불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다음 달 5일 개막하는 창작뮤지컬 ‘모래시계’는 동명의 드라마를 22년 만에 무대 위로 옮긴 작품이다.
조광화 연출가는 지난달 30일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가 힘(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뮤지컬은 여기에 하나를 더 얹어 잘못된 힘의 시대가 청년들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말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와 지금의 구체적 상황은 다르지만 청년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똑같다”며 “충분히 현시대 청년들도 공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4부작 드라마를 2시간30분 분량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조 연출가는 “원작의 굵직한 이야기의 징검다리를 최대한 거치되, 모아지지 않은 이야기는 과감히 생략하고 주인공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갈등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우우우우우∼’로 시작하는 드라마 테마곡 ‘백학’은 원작의 향수를 불러올 정도로만 간간히 등장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작곡가가 청년들의 열정과 우정, 번뇌를 느낄 수 있는 서정적 멜로디를 무대와 19인조 오케스트라에 맞게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수가 연기한 박태수 역은 배우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이 맡았다. 신성록은 “최민수 선배님과 최근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를 하는 도중 제의를 받아 신기한 인연이라 생각했다”며 “선배님이 ‘너대로 해’라는 말씀과 ‘너 그 느낌 있어’라고 한 마디 해주셨다. 얼마 전에는 ‘야 박태수, 잘 하고 있느냐’고 물으셔서 굉장히 어색했다”고 말했다.
윤혜린(고현정) 역은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 강우석(박상원) 역은 박건형 강필석 최재웅이 소화한다. 백재희(이정재) 역은 김산호와 보이그룹 하이라이트의 손동운, 최근 보이그룹 인피니트를 탈퇴한 이호원이 캐스팅됐다. 뮤지컬에 첫 도전하는 이호원은 “긴 호흡의 연기를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6만∼14만원.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모래시계,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다
입력 2017-11-0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