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주권 혁명의 1단계가 민주정부 수립이었다면 2단계는 적폐청산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3단계는 개헌을 통한 지방분권의 완성이 돼야 합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이후 많은 변화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22년이 흐른 현재도 지방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머물러 있다”고 지방분권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지방재정은 2할 자치, 행정사무는 3할 자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시장은 “과거 10여년간 중앙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결과 국가의 기본 책무마저도 저버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며 “정부 정책의 최종 목표는 국민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으로 화답해야 하는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광주의 특수성도 강조했다. 윤 시장은 “광주는 대한민국의 정치 민주화를 이끌어왔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어 온 만큼 지방분권은 이루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절박함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역단체장으로서 지방분권 실현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윤 시장은 “재정분권이 선행돼야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며 “지자체가 재정난 해소를 위해 지방세를 조례로 신설하려고 해도 헌법의 조세법률주의에 가로막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 시장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재정운영의 효율성 향상을 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방분권 완성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게 재정분권이라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그는 “중앙정부가 복지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부만 예산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에 전가시켜 지방재정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며 “지방정부는 국가사무 비용을 충당하느라 자치사무에 필요한 재원이 고갈된 상태”라고 말했다.
윤 시장은 자신이 주창한 ‘광주형 일자리’의 빠른 착근이 지방분권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주형 일자리는 대기업보다 적은 임금을 받더라도 근로자가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구하도록 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대신 경영자는 상식이 통하는 적정임금의 근로환경을 조성해 일하기 좋고 투자하기에도 좋은 최적의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다. 일종의 사회혁신운동인 셈이다. 그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가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대한민국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민주화를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윤 시장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집약되는 4차 산업혁명을 지방분권과 결부시키는 일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마다 특화된 4차 산업혁명의 육성이 국가경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시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구체적 실현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빛그린산단’에 ‘친환경 전기차 및 부품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며 “전기차 공장을 유치하고 가칭 노사상생형 일자리 시범 혁신산단을 만들어 광주형 일자리의 민간 확산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불어 “최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광주형 일자리는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이자 답’이라며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어떻게든 설득해 광주에 반드시 전기차 공장을 짓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윤 시장은 또 “지방분권의 도입은 산업화 과정에서 초래된 불균형과 지역 간 격차를 줄인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중앙집중식 의사결정과 재원분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지방분권을 하려면 단순히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넘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자치입법권과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등이 보장되지 않은 현실에서 지역 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 잡는 중앙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시장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표시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정책과 편향된 예산 집행에 따라 지방의 운명이 결정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다행스럽게도 문재인정부가 지방분권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헌법 개정 등을 거쳐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 도입을 하기로 공약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 30여년간 시민사회운동을 하다가 3년 전 시장에 당선된 윤 시장은 “참여 민주주의 구현에 땀흘려 왔다”며 “민관협력을 위한 전국 최초의 참여혁신단을 신설한 것도 진정한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시 살림의 궁극적 지향점을 두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광주 시민총회, 인권영향 평가제, 광주형 시민참여 예산제, 600여 마을에 대한 공동체 지원책 등을 구체적 성과로 꼽았다.
윤 시장은 “자치조직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해 지역에 맞는 특화된 정책과 행정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며 “시·도의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해 국가는 지방정부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는 실질적 지방분권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민선 6기 출범 이후 친환경차동차, 에너지신산업, 문화콘텐츠융합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오고 있다”며 “지방분권과 함께 3대 전략산업이 광주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시장은 “단 한 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생명존중 사람중심’의 광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분권의 도입이 물을 부으면 낮은 곳부터 채워지듯 소외되고 어려운 장애인, 어르신들을 먼저 챙기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토론회·행사 계속 추진”
지방분권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
광주광역시는 2013년 시민들의 지방분권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분권 촉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를 통해 시민단체와 언론단체, 학계, 지방의회, 공공기관, 회계사, 변호사 등 24명으로 구성된 지방분권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지난해부터는 대구광역시와 공동으로 광주-대구 지방분권협의회 간담회를 갖고 두 도시 간 지방분권 관련 추진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8월 개최된 영·호남 대토론회 지방분권협의회 기획섹션에서는 지방분권 관련 전문가들이 ‘지방분권형 개헌과 과제’ ‘지방분권과 헌법개정’ ‘공동체주의 행정이론에서 본 지방자치’ 등의 주제발표와 함께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시와 산하 5개 자치구간 자치분권정책협의회에서는 8개의 자치분권 과제를 발굴했다.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5개 자치구 부구청장, 시·구 자치분권위원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이 가운데 자치구 위임사무 소요경비 증액, 자치구 인센티브 개선, 자치구간 경계조정, 마을분쟁 해결센터 확대 등 4건을 과제로 확정해 현재 추진 중이다.
광주시는 재원을 합리적으로 자치구에 나눠 구의 자치분권 실현에도 앞장섰다는 평가다. 올해의 경우 조정교부금 교부율을 23%에서 23.9%로 0.9%포인트 인상했다.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광주시는 지방분권에 관한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시민들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앞으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지방분권 대토론회와 다양한 지방분권 행사를 지속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올해도 이미 4차례에 걸쳐 지방분권 관련 토론회와 시민대회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대구시와 맺은 달빛동맹의 협력과제로 ‘지방분권 촉진을 위한 광주-대구 연대강화’를 채택하기도 했다. 시는 대구시와의 유대를 토대로 지방분권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전국적 분위기 확산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한다] 윤장현 광주시장 “재정분권·자치권·균형발전 보장하는 개헌 필요”
입력 2017-11-07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