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 한샘, 성추문 덮으려다… “불매” 폭탄

입력 2017-11-05 18:48 수정 2017-11-06 13:19
한샘 플래그십 매장 전경. 부엌가구와 인테리어 전문 기업으로 주 고객이 여성이다. 한샘 홈페이지

여성친화 기업을 표방해온 가정 인테리어 업체 한샘의 한 직원이 동료 직원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회사가 성추문을 덮으려고 회유·협박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샘 여직원 A씨(24)가 한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입사해 교육을 받던 중 동기생이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로 자신을 찍었고, 1월 14일에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도와주던 교육담당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몰카를 찍은 동기생은 해고됐지만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교육담당자는 새 진술서를 근거로 정직 3개월과 지방 발령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

더 큰 문제는 회사가 성폭행 피해자인 A씨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A씨의 주장이다. A씨에 따르면 지난 1월 26일 인사팀장이 자신에게 애초의 진술서를 고치자고 요구했다. 성폭행은 있었지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거나 강제가 아니었다고 바꾸자는 것이었다. A씨가 거부하자 인사팀장은 “가해자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남녀 직원을 둘 다 해고시켰다”며 압박했다. A씨는 결국 진술서를 파기하고 인사팀장과 함께 새로 썼다. 성폭행 고소도 취하하기로 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교육담당자가 자신의 집 앞에 찾아와 “이 칼로 확”이라며 위협적으로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교육담당자는 해고를 면하고 회사에 남게 됐다. 당시 사건을 접수했던 서울 방배경찰서 역시 3월 13일 회사가 제시한 진술서를 근거로 수사를 중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성폭행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검찰에서 (별도의) 재수사 지휘가 없는 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5일 말했다.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받은 교육담당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반박글을 올렸다. 자신은 A씨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주장이다. 그는 4일 온라인에 쓴 글에서 “(사건) 이후에도 A씨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고 평소처럼 농담 섞인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나눴다”고 주장하면서 메신저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카톡들을 이렇게 다 받아줬다”고 반박했다.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한샘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샘 성폭행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랐고 9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현대홈쇼핑은 5일 한샘 소파 판매방송을 취소했고, 다른 홈쇼핑업체들도 한샘 상품 방송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한샘은 주말 내내 이영식 사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여는 등 사태 수습에 고심했다. 이 사장은 “필요하다면 공적기관 조사라도 투명하게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최양하 회장도 전날 임직원에게 단체 메일을 보내 “직원을 적극적으로 돌보지 못한 점에 대해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며 “유사 피해 사례가 있는지 모든 직원을 상대로 전수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노동부는 관계자는 5일 “(한샘에) 직권조사에 들어갈지를 현재 실무진 급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손재호 심희정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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