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日 지금보다 더 가까웠던 적 없어”

입력 2017-11-05 18:24 수정 2017-11-05 23:5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CC 클럽하우스에서 함께 서명한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모자에 영어로 '도널드 & 신조: 동맹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자수가 새겨져 있다. 둘은 골프 라운딩 도중 '주먹치기'로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오른쪽 아래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5개국 순방에 나섰으며 7일 한국을 방문한다. AP뉴시스·NHK 캡처

서로 자주 만나고 통화도 수시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두 번째 골프 회동으로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일본 도쿄 요코타 미군기지에 도착해 주일미군 앞에서 연설한 뒤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곧장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CC로 향했다. 이곳은 8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골프장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골프 경기도 이곳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골프장에서 기다리던 아베 총리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했다.

두 정상은 클럽하우스에서 ‘도널드 & 신조: 동맹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자수가 새겨진 모자에 함께 서명했다. 이어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햄버거로 비공식 오찬을 한 뒤 라운딩을 시작했다. 세계 랭킹 4위 골퍼 마쓰야마 히데키가 라운딩에 동참했다. 마쓰야마는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일 것”이라고 극찬한 선수다.

둘은 9홀을 돌면서 서로 주먹을 맞대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며 친목을 다졌다. 미국 측 수행단 중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다니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자신이 스윙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아베 총리와 마쓰야마 선수, 멋진 두 사람과 골프를 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아베 총리에게 “아주 훌륭한 코스였고 정말 즐거웠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골프 실력은 최근 68타를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이 90타 안팎인 아베 총리보다 한 수 위다.

아베 총리도 기자들에게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에선 플레이 중 나누는 대화로도 설레게 된다”며 “서로 편하게 속내를 이야기하고 가끔 어려운 화제도 섞으면서 천천히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두 정상이 골프를 치면서 대북 대응과 무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밤에는 부부 동반으로 도쿄 긴자에 있는 철판요리 전문점 ‘우카이테이’에서 와규(일본 소고기) 스테이크로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전 음식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지금보다 더 일본과 가까웠던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양국) 관계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아베는 서로를 좋아하고 두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아베 총리와 북한, 무역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6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워킹 런치(일하면서 먹는 점심)를 같이하고 공식 만찬을 열 예정이다. 2박3일의 방일 기간에 네 차례나 식사를 함께하는 것이다. 공식 만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5살배기 외손녀(장녀 이방카의 딸) 아라벨라가 좋아하는 일본 코미디언 피코 타로도 참석한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아베 총리가 ‘오모테나시(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 외교’에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전 아키히토 일왕을 만난다.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