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시작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준비 중인 통상 당국도 분주해졌다. 백악관이 순방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에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5일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 미국은 속도를 내고 싶어하고 한국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고 한다”면서 “미국이 그 부분을 알고 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3차 공동위원회를 열자고 제안하는 등 한국을 몰아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열린 두 번째 회의다. 회의에서 정부는 일단 적극적으로 여론 수렴을 진행하자고 결론 내렸다. 이미 법에 따라 공청회와 경제적 타당성 평가, 국회 보고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오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미 FTA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올 초 산업연구원이 폐기 등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냈다면 이번 보고서는 개정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품목에 따라 개정할 경우 경제적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농축산물 등 일부 민감품목을 미국에 추가 개방하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등 50여개 시민사회 단체들로 이뤄진 FTA대응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미 FTA의 신속한 개정 요구를 위해 방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을 거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고 한·미 FTA를 재협상 없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측 태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방문하는 7∼8일 한·미 통상장관회담 개최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묵묵부답이다.
또 다른 통상 전문가는 “미국이 공동위원회 개최를 얘기할 때 한국이 너무 많은 수를 보여줬다”면서 “같이 연구하자는 식의 제안을 하면서 미국은 한국정부가 FTA 폐기를 두려워하고 시간을 끌려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농축산물 민감 품목 美에 추가 개방 시나리오 검토
입력 2017-11-05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