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알 하리리(사진) 레바논 총리가 전격 사의를 밝히면서 중동 내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알 하리리는 신변 위협까지 언급하며 이란의 내정 간섭을 비난했고, 이란은 “알 하리리의 사퇴는 중동 내 긴장 조성을 위한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알 하리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중 현지 방송 알아라비야를 통한 연설에서 레바논 내정에 대한 이란의 개입을 언급하며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해 레바논에 ‘국가 내 국가’를 만들었다며 “이란이 내란과 약탈, 파괴의 씨를 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시아파 이슬람 무장 정파다. 이라크와 함께 시아파 맹주 노릇을 하는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다수 종파인 수니파를 견제하기 위해 헤즈볼라 같은 시아파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알 하리리는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수니파 정당 ‘미래운동’을 이끌어왔다.
그는 “우리는 순교자 라피크 알 하리리가 암살당하기 전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며 “나는 내 목숨을 노리고 은밀하게 전개되는 음모를 감지했다”고 말했다. 라피크 알 하리리는 알 하리리의 아버지로 총리 퇴임 후 약 4개월 만인 2005년 2월 차량폭탄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2011년 유엔 레바논 특별재판소는 라피크 알 하리리를 살해한 혐의로 레바논 정부 내 헤즈볼라 관련자 4명을 기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알 하리리의 결정으로 레바논이 이란과 사우디 간에 고조되는 중동 내 주도권 싸움의 최전선에 정면으로 서게 됐다고 해설했다. 이번 사임은 레바논 정부를 지탱해 온 알 하리리와 헤즈볼라 간 불안정한 동맹의 종식을 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어정쩡한 동거를 청산하고 본격적으로 이란과 헤즈볼라 등 그 추종세력에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알 하리리는 “내 사임으로 향후 레바논에서 사우디의 지원을 받아 이란에 맞서는 더 광범위한 노력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 명의의 성명에서 알 하리리의 결정을 “국제사회가 이란 공격에 대항하는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모닝콜”이라고 환영했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알 하리리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레바논과 중동 지역 전체에 새로운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며 “이란에 관한 그의 발언은 근거도, 근본도 없다”고 비판했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레바논 총리 전격 사임… 종파 갈등 ‘일촉즉발’
입력 2017-11-05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