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행장 업무 손태승 그룹장에게 맡긴다

입력 2017-11-05 19:02 수정 2017-11-05 21:49
채용비리 의혹으로 행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된 우리은행이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손태승 글로벌부문 그룹장을 행장 업무 이양자로 지정했다. 차기 행장을 선출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도 주중에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은 14개 은행 채용 절차를 일제 점검하기로 하고 채용비리를 접수할 온·오프라인 창구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5대 과점주주(IMM PE, 한화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동양생명) 추천 사외이사 등은 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손 그룹장이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직무를 위양 받아 차기 행장 선임 때까지 업무를 처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 2일 2016년 신입행원 공채에서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및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등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이 행장을 대신할 손 그룹장은 수석부행장 직급이다. 우리은행엔 3명의 그룹장이 있는데 남기명 국내부문장은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져 직위해제됐다. 남아 있는 손 그룹장이 정원재 영업지원부문 그룹장보다 선임이어서 행장 대행 역할을 맡게 됐다. 손 그룹장과 정 그룹장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사회가 행장 공백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해 차기 행장 후보를 행내로 좁힐 경우 1순위 후보들로 꼽힌다.

이사회는 이날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 구성을 논의하려 했으나 당초 비상임이사로 임추위에서 빠져 있던 예금보험공사 몫을 어떻게 할지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예보의 비상임이사가 임추위에 포함될 경우 당초 우리은행 행장 선출과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금융 당국의 민영화 지원 공언이 뒤집히는 결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파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예보를 통해 우리은행 지분 18.8%를 소유한 1대 주주이지만 지난해 과점주주들에게 지분을 팔면서 은행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예보 비상임이사가 임추위 멤버에 포함될 경우 관료 출신 외부 낙하산이 행장으로 들어올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한편 금융 당국은 14개 국내 은행에 채용비리 관련 자체 점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NH농협은행 SH수협은행과 지방은행들이다. 은행들이 체크리스트에 따라 자체 점검한 자료를 당국에 보내오면 이후 당국이 심사를 거쳐 현장 점검을 나갈 계획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주부터 별도의 온·오프라인 창구를 만들어 금융권 채용비리 신고를 접수할 예정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