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8시30분 서울역 9번 플랫폼. 그곳엔 열차 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에도 없는 특별한 열차가 서 있었다. 오전 9시 정각이 되자 서서히 움직이며 열차는 청량리역과 망우역을 지났다. 이어 오전 10시20분 서원주역을 지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속170㎞로 달려 약 3시간이 지나 종착지인 강릉역에 도착했다. 이 노선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다음달 개통한다. 개통해 최고 시속 250㎞로 달리면 소요 시간은 더 짧아진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수송지원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세계 각국 선수단과 심판진은 내년 1월 문을 여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출·입국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경기장이 몰려 있는 진부역과 강릉역에 각각 1시간50분, 2시간12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2터미널에서 출발하면 11분 정도 더 걸린다.
이날 기자와 코레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직원 100여명은 지난달 31일부터 영업시운전 중인 열차에 올랐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총 사업비 4조3143억원을 투입해 노선을 구축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과의 연결사업, 수색∼서원주(108.4㎞) 고속화 사업, 원주∼강릉 복선전철(120.7㎞) 등이다.
이를 위해 최첨단 기술을 쏟아부었다. 수색∼서원주 구간의 경우 기존 시속 150㎞로 설계된 저속형 철로를 KTX가 시속 250㎞로도 달릴 수 있도록 고속형 선로로 바꿨다. 국내 최초로 일반열차와 고속열차가 함께 운행할 수 있는 구간이다. 공단 측은 “KTX 새 선로를 놓는 것보다 선로 교체가 더 어려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서원주∼강릉 구간은 고속형 선로를 새로 깔았다. 이 구간에 철로가 생긴 건 역사상 처음이고 경부, 호남, 수서고속철도에 이은 4번째 고속철도다. 알펜시아 경기장 등 올림픽 주요 시설들이 있는 평창, 진부, 강릉역 등 역사 6곳도 신설됐다. 그중 대관령터널은 한국의 철도 기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태백산맥을 약 22㎞ 관통하면서 국내 산악 터널로는 최장이며 세계에선 8위다.
인천∼강릉 노선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던 것도 대관령터널처럼 직선으로 뚫은 터널 덕이다. 전체 노선 중 터널이 차지하는 길이가 63%나 된다.
정보통신기술(ICT)도 적용됐다. 기관실에는 세계 최초로 4세대 LTE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최신 철도 무선통신시스템을 장착했다.
올림픽기간 KTX 열차운행은 하루 51회 이뤄진다. 출발역 기준으로 인천공항 16회, 서울역 10회, 청량리역 10회, 상봉역 15회다. 운임은 2만5000∼3만원일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일을 평창올림픽 개막을 3주가량 앞둔 내년 1월 18일로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이 1월30일 문을 여는 점을 고려했다. 현지 적응을 위해 미리 입국하는 선수와 대회 관계자에게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제2여객터미널은 체크인, 보안검색, 세관검사, 검역, 탑승 등 출입국을 위한 모든 절차가 제1여객터미널과 별도로 진행한다. 제2여객터미널이 본격 가동되면 인천공항은 연간 여객 7200만명과 화물 500만t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강릉=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인천공항∼강릉 2시간12분… 평창이 더 가까워졌다
입력 2017-11-05 19:16 수정 2017-11-05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