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토쿤보, 나이지리아에서
그리스로 불법 이주 가정서 출생
U-20 참가 두달 전 시민권 받아
2013년 NBA 데뷔… 성장세 뚜렷
포르징기스, 2015년 드래프트때
지명팀 뉴욕 닉스 팬들 심한 야유
221㎝ 장신에 파워로 골밑 장악
팀 에이스 떠난 후 기둥으로 우뚝
유럽산 괴물들이 2017-2018 미국프로농구(NBA) 시즌 초반 평균 득점 선두권을 장악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난한 이민자 자녀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까지 넘보고 있는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23·밀워키 벅스)와 ‘라트비아 폭격기’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22·뉴욕 닉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지난달 18일(한국시간) 개막한 NBA 정규리그에서 밀워키의 포워드 아데토쿤보는 5일 현재 경기당 평균 득점 1위(31득점)에 올라 있다. 또 9.9리바운드 5어시스트도 올리며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데토쿤보는 나이지리아에서 그리스로 이주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불법 이민자여서 아데토쿤보는 그리스에서 태어났음에도 시민권도 받지 못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자랐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신장(211㎝) 덕에 2012년 그리스 2부 농구리그에 러브콜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농구를 접하기 시작했다. 선천적인 능력 등으로 불과 1년 후인 2013년 7월 20세 이하(U-20) 유럽선수권 대회에서 그리스 대표로 뛰었다. 그는 유럽선수권 참가 두달 전에 시민권을 얻었다.
유럽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아데토쿤보는 2013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5순위로 밀워키에 입단했다. 그는 데뷔 해인 2013-2014시즌엔 경기당 평균 6.8득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2015시즌 12.7득점, 2015-2016시즌 16.9득점을 기록하며 기량을 꾸준히 끌어 올렸다. 2015-2016시즌에 주전선수들의 부상으로 포인트가드 역할까지 수행했다. 덕분에 약점이었던 볼핸들링을 보완, 상대 수비 선수들을 제압하고 속공을 성공시키는 기술을 키웠다. ‘그리스 괴인’이라는 별명은 이때 본격 나왔다. 특히 2016-2017시즌엔 22.9득점으로 득점력이 대폭 뛰며 NBA 기량발전상을 거머쥐었다.
NBA 레전드인 코비 브라이언트(전 LA 레이커스)는 아데토쿤보에 대해 “올해는 MVP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포르징기스는 2015년 NBA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뉴욕 닉스에 지명됐다. 드래프트 당시 뉴욕 팬들은 221㎝의 장신이지만 몸싸움을 버티기 힘들어 보이는 라트비아 출신 선수에게 야유를 보냈다. 검증되지 않은 유럽 출신 루키를 1라운드에서 지명한 구단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포르징기스는 주눅 들지 않고 NBA 서머리그부터 밟으며 최고의 무대에 적응하려 했다. 그는 서머리그 당시 몸싸움에서 밀리자 근육량을 늘리며 파워를 키웠다. NBA 데뷔 첫 해인 2015-2016시즌 경기당 평균 14.3득점 7.3리바운드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포르징기스는 2년차 징크스 없이 2016-2017시즌 평균 18.1득점 7.2리바운드로 기량을 향상시켰다.
뉴욕의 에이스였던 카멜로 앤서니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로 이적하면서 팀 위기설이 제기됐다. 하지만 포르징기스는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되레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올 시즌 정규리그 8경기에서 29.0득점 7.8리바운드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 경기당 평균 득점은 3위이며 출전 시간 대비로는 1위일 정도로 고효율 선수로 우뚝 섰다. 특히 8경기에서 센터와 포워드를 오가며 여섯 차례나 경기당 30득점 이상 폭발시키며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다.
야유를 보냈던 뉴욕 팬들도 환호하고 있다. 미국 CBS스포츠는 “2015 포르징기스의 드래프트 지명 당시 자신의 이마를 치고 야유를 보냈던 한 어린이 팬은 이제 포르징기스의 저지(유니폼 상의)를 샀다”고 보도했다. 유럽 괴물들과 르브론 제임스, 스테픈 커리 등 미국 스타들과의 치열한 승부는 올 시즌 NBA 팬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유럽산 두 괴물, NBA 거물 되다
입력 2017-11-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