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균형외교’, 동북아균형자론의 재탕?

입력 2017-11-05 18:13 수정 2017-11-06 00:06

靑 “북핵 문제 해결 위한
中 협력 유도 ‘핀 포인트’ 전략
균형자론과는 의미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미·대중 외교와 관련해 강조하는 ‘균형 외교’가 노무현정부 당시 ‘동북아 균형자론’의 재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균형 외교는 북핵 대응을 위한 ‘핀 포인트’ 전략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3월 육군 3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제 우리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면서 동북아 균형자론를 선언했다. 이정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저서 ‘노무현이 꿈꾼 나라’에서 “노 대통령의 균형자론은 균형적 실용 외교에 기초를 뒀다”며 “다자 간 안보협력 질서를 만들어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북아 균형자론은 보수진영으로부터 한·미동맹 이탈 및 중국 편중 외교, 현실성 부재 등의 비판을 받았다. 미국도 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힘으로써 동북아 균형자론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외신 인터뷰에서 다시 균형 외교를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 외교라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며 “동북아 균형자론과는 다른 의미”라고 설명했다. 균형 외교는 북핵이라는 당면한 과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협력으로,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핵 협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협력 관계가 확대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관계자는 “당장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수준이지만 신뢰가 쌓이고 관계가 깊어지면 다른 분야로도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단계에 이르면 문 대통령의 균형 외교도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무현정부 이후 출범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도 균형 외교를 시도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시절 친중 노선을 강화하다 미국의 압박에 사드(THAAD) 배치를 상징으로 하는 친미 노선으로 선회했고,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됐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