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행복요? 지금 이 순간에 있어요”

입력 2017-11-06 05:05
천우연씨(가운데)가 2015년 여름 스코틀랜드 모니아이브 주민들의 ‘걷기클럽’ 행사에 참여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남해의봄날 제공
천씨가 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메이데이 퍼레이드 중 시민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주는 모습. 남해의봄날 제공
‘예술은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는 문장을 쓰고 10년 동안 달려왔던 청년이 있었다. 뮤지컬, 클래식, 지역축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행사를 홍보하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처음의 설렘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화기획자로 새로운 계기를 만들고 싶어진 그는 세계 예술마을로 450일간 ‘성장여행’을 다녀왔다.

그 결과물로 ‘세계 예술마을로 떠나다’(남해의봄날)를 낸 문화기획자 천우연(34)씨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재미있게 노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태어나 풀밭을 마구 뛰어다니면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자랐어요. 어찌어찌 하다 보니 즐겁게 노는 것을 직업으로 택하게 됐어요. 문화기획자죠. 매일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지만 일과 인생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렵더라고요.”

천씨가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다. “노트를 펼치고 여행을 왜 떠나야 하는지, 가서 무엇을 보고 싶은지 써봤어요. 예술을 맨 꼭대기에 적고 자연 바다 시골 교육 그림 등등을 묶어 분류했지요. 세계 예술마을로 여행가기로 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여행을 소개하는 팸플릿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여행이 시작됐다.

그는 환경예술축제가 열리는 스코틀랜드 모니아이브를 처음 방문했고 석 달간 머물렀다. 이어 덴마크 보른홀름에 있는 시민학교에서 학생이 되는 경험을 했다. 다음엔 미국 미네소타로 가 메이데이 축제 기획을 도우며 여러 달 살았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멕시코 전통예술마을 오악사카였다. 그는 이 여행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예술이 우리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게 피부로 다가왔어요. 예를 들면 미국 메이데이 축제에서 인종차별의 아픔을 가진 흑인들이 그런 상처를 나누며 치유받고 연대하는 걸 봤어요.” 무엇보다 삶의 자세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했다. “예술마을에서 만난 문화기획자들은 한결같이 욕심이 없었고 일상에 감사했어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엔 제 마음속에 더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그는 지금 서울 북촌한옥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소개하는 일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의 키워드는 문화예술과 사람의 조화인 것 같아요. 앞으로 해남에서 예술가와 지역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천씨의 꿈이 이뤄진다면 해남에서 멋진 예술마을을 만날 수 있겠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