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유학년제 취지 이해되나 실효성은 의문

입력 2017-11-05 17:27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겠다는 취지인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내년에는 자유학년제로 확대 실시된다. 현재 한 학기로 운영되는 자유학기가 희망 학교에 한해 두 학기로 늘어나는 것이다. 교육부는 5일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발전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박근혜정부의 핵심공약이었던 자유학기 제도는 2015년 처음 선을 보인 뒤 지난해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다. 오전에는 학생 참여형으로 교과수업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예체능, 동아리 활동 등으로 운영된다. 입시에 찌들어 있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통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풀어야할 숙제도 남겼다. 지역 격차, 프로그램 부실 운영, 교사 자질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학기로 확대 실시될 경우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여러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교과 평가 방식이나 대입 제도 등은 바뀌는 게 없는데 두 학기를 적성 찾기로만 자유롭게 보낼 학생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중학교 2, 3학년 교육과정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지필시험이 없다고 1년을 손놓고 보냈다가 다음 학년에서 낭패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학부모들은 걱정하고 있다. 학습 공백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자유학년제가 없는 중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이사를 가는 사례도 있다. 사설 학원들은 학부모들의 이런 불안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자유학년제 집중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선행학습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좋은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가 자칫 사교육 업체만 배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벤치마킹한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전체 학교 중 75%까지 확대하는 데 무려 39년이나 걸렸다. 그만큼 학교 현장에 연착륙되기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불과 3년 만에 자유학기제를 전면 실시한 데 이어 다시 2년 만에 자유학년제로 확대 실시한다고 한다. 현장과 괴리된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교육 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사실을 곰곰이 새겨 장기적이고 현실성 있게 다듬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