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그냥 다치지만 말라고 하시던데요.”
허훈(22·신장 180㎝·사진)은 지난달 말 열린 프로농구(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1위로 부산 kt에 지명됐다.
허훈은 1순위 지명보다 ‘농구대통령’ 허재(188㎝) 국가대표팀 감독의 차남이라는 점에서 더 유명하다. 형 허웅(24·186㎝·원주 DB)과 함께 삼부자가 모두 프로농구와 인연을 맺게 됐다.
허 감독은 최근 두 아들 허웅과 허훈이 포함된 남자농구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를 확정, 세 부자는 지난해 6월 이후 두 번째로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지난 2일 2017-2018 KBL 신인선수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허훈을 만났다. 1순위에 지명된 후 아버지가 덕담을 해 주더냐고 물으니 “열심히 해라. 다치지 말라고만 하시더라”고 답했다. 허 감독은 다혈질에다 말수가 적은 ‘상남자’ 스타일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허훈은 “아버지와 집에서 농구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아버지는 지금까지 농구 기술에 대해 하나도 가르쳐주시지 않았다. 지난해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 돼서야 (슈팅·드리블 기술 등을) 배웠을 뿐”이라고 소개했다.
겉으로 무심한척 하지만 허 감독은 은연중에 아들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 허훈은 “어머니가 그러는데 아버지가 아들이 뛴 경기는 모두 TV나 인터넷으로 본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프로에 입문하게 된 소감에 대해선 “신기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왜냐고 물으니 “형은 아버지가 은퇴한 팀에서 뛰고 있고, 나는 아버지가 프로 데뷔한 곳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kt와 같은 연고지인 부산 기아엔터프라이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원주 동부에서 은퇴했다.
아버지의 명성 때문에 불편한 것은 없냐고 물어봤다. 허훈은 “주변에서 말은 하지 않지만 가끔 아버지 때문에 내가 주목을 받으면 시기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그래도 유명한 아버지를 둔 것은 나만의 복이고 특혜”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허훈의 포지션은 가드다. 롤모델이 있냐고 물어보니 곧바로 “없다”고 했다. 허훈은 “외곽선수의 플레이를 살려주고 득점할 때는 점수를 내는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겠다. 팬들에게 내 이름을 각인시켜 주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형제가 프로에서 붙으면 아버지는 누구를 응원할까. 허훈은 환하게 웃었다. “아들 둘이 프로에서 함께 뛰는 것만으로도 흐뭇해 하실겁니다. 이기는 팀 아들을 응원하지 않을까요”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허훈 “아버지 허재를 둔 것은 복이고 특혜… 롤모델 없고 나만의 스타일 추구할 것”
입력 2017-11-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