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박근혜 제명’… “걸림돌 사라졌다” 보수 부분통합 가시화

입력 2017-11-03 22:05 수정 2017-11-03 23:19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명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한국당은 앞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고, 결국 홍 대표가 직권으로 출당 조치했다. 윤성호 기자

洪 대표 “깨끗하고 책임지는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

친박 “洪 대표자격 없다” 반발

바른정당 통합파 합류 움직임
유승민 “혁신 아니다” 평가절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직권으로 ‘박근혜와의 정치적 절연’을 공식 선언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8개월 만이다. 친박(친박근혜)계는 “홍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야말로 탄핵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근혜 제명’으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부분 통합’도 곧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문제를 논의했으나 진통만 거듭했다. 오전 9시25분부터 1시간2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홍 대표 측과 친박은 제명에 대한 당헌·당규 규정을 놓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홍 대표는 “제명 처분의 주체는 당대표”라고 주장했으나 친박 측은 “최고위원회에서 의결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홍 대표는 ‘직권 결정’이라는 방식으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오후 6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근혜 제명’을 발표했다. 정치적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현 여권은 한국당을 ‘국정농단 박근혜당’으로 계속 낙인찍어 보수우파 세력들을 모두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철저하게 반성해 앞으로 깨끗하고 책임지는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친박계는 일제히 비난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홍 대표 직권으로 결정하면 최고위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앞으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는 등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서청원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조치는 한국 정치사의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당원들의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한국당은 홍 대표의 사당(私黨)이 아니다”며 “의원총회를 열어 홍 대표의 직권 결정이 적법한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반발이 조직적인 반발로 확산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최근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문제가 친박계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친박계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정치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친박계의 반발을 잠재울 경우 홍 대표의 당내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제명’까지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홍 대표는 의원들과의 ‘식사 정치’로 위기를 돌파했다. 홍 대표는 제명 조치를 발판 삼아 당 혁신과 보수통합 논의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하지만 홍 대표도 친박 청산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의원과의 ‘막말 공방’으로 홍 대표의 이미지가 더욱 악화됐다는 주장도 있다. ‘사당화 논란’도 부담이다.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조금씩 일고 있는 정풍운동의 불길이 홍 대표를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의 탈당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통합파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보다 더 좋은 보수통합의 모멘텀을 찾기는 힘들다”며 “오는 6일 또는 9일 중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기간인 7∼8일을 피해 한국당에 합류하겠다는 뜻이다.

자강파 핵심인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이 대단한 개혁인 것 같이 포장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그것은 보수 혁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글=하윤해 이종선 기자,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