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안으로… 대교 위로… ‘시한폭탄’ 거침없는 질주

입력 2017-11-04 05:01
경남 창원중부경찰서 경찰관들이 3일 오전 트럭 폭발사고가 있었던 창원터널 인근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교통공단 조사관들과 함께 사고차량에 대한 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위험물 운반’ 일반 화물차량은 관리 사각지대

‘위험물’ 등록 의무규정 없어
창원 사고차량 무방비 운행
70대 고령자도 운전 가능


경남 창원터널 앞 화물차 사고로 또 다시 대형 인재(人災)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허술한 ‘위험물 운반차량’ 감독 시스템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위험물 운반차량 관리 방식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소방청과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를 낸 차량은 당국에 위험물 운반차량으로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 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상 유류 등 위험물로 규정된 물질을 운반하는 차량은 소방청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운전자의 자격을 엄격히 관리하고 차량의 정기적인 검사를 위해서다. 하지만 탱크로리 차량만 등록이 의무일 뿐 일반 화물차는 위험 물질을 운반해도 당국에 등록할 의무가 없다. 사고 가능성이 높은 차량이 오히려 당국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이런 관리의 허점 때문에 사고 화물차 운전자 윤모(76)씨는 고령이었지만 ‘위험물 운반차량을 운전할 능력이 있고 건강상태가 되는지’ 점검되지 않았다.

등록을 하지 않아 관리 사각 지대에 남아 있는 일반 화물 차량은 과적 등 불법 행위를 일삼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사고 화물차의 납품내역서를 근거로 화물차에 실렸던 기름통 숫자를 파악한 결과 윤활유 등의 양이 약 7880ℓ에 이르렀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윤활유 등은 6000ℓ 이상 싣고 운행할 수 없다.

사고 차량이 규정보다 많은 위험 물질을 싣고 운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속이 허술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위험물질 운반 화물차에 대해선 불시에 가두(街頭) 단속을 하고 있다”고 했다. 도로 위 불법행위를 전반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경찰이 나서지 않는 것은 위험물안전관리법이 소방청 소관이기 때문이다. 결국 소방청 단독으로 단속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위험 물질을 운반하는 일반 화물차 관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화주들이 운송비용도 싸고 당국의 위험물 관리·단속을 덜 받기 때문에 위험물을 운반하는 데 일반 화물차를 선호하곤 한다”면서 “이들을 관리사각지대에 두고 있는 현재의 정책은 ‘도로의 화약고’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률의 소관 부처를 따질 것이 아니라 경찰과 같은 곳에서 강하게 단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터널 내 위험물 운반차량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다시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는 하마터면 터널 안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 터널 내 사고는 화재 진압의 어려움 때문에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다. 1999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몽블랑 터널에서 밀가루와 마가린을 실은 트럭에서 화재가 발생해 39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이 문제를 제기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우회로 확보 문제 등 때문에 입법이 미뤄졌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날 사고지점 합동감식을 실시하고 1차사고 원인이 된 5t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경위 등에 대해 조사했다. 경찰은 “화주인 울산의 회사 2곳에서 받은 남품내역서를 근거로 트럭에 실렸던 드럼통 숫자를 파악해 보니 196개, 총 7.8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적재 가능한 최대치인 차 무게의 110%(5.5t)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험물을 과적해 달렸다는 뜻이다. 경찰은 사고 전 화물차가 지그재그로 달린 사실과 이 화물차가 2001년 식으로 노후하다는 점에 주목, 브레이크 파열 등 차량 결함 가능성도 조사중이다.

윤성민 기자, 창원=이영재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