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인 줄 알았는데… ‘레알’ 왜 이러지?

입력 2017-11-04 05:01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H조 4차전 도중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1대 3으로 패해 조 2위로 내려갔다. AP뉴시스
‘BBC 라인’ 제대로 작동 안해
이번 시즌 들어 득점력 떨어져
명장 반열 지단, 시험대 올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거함’ 레알 마드리드가 표류하고 있다.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 2연패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3연패를 목표로 힘차게 닻을 올렸지만 두 대회에서 모두 ‘디펜딩 챔피언’다운 면모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2016년 1월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10개 대회에서 7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명장 반열에 오른 지네딘 지단은 시험대에 올랐다.

지단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제 FC 바르셀로나의 시대는 끝났다”고 호언장담했다. 바르셀로나가 네이마르를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나보내며 ‘MSN(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 트리오’의 한 축을 잃은 것과 달리 레알 마드리드는 BBC(카림 벤제마-가레스 베일-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인이 건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단의 예상은 어긋났다.

흔들릴 것 같았던 바르셀로나는 3일 현재(한국시간) 프리메라리가에서 9승 1무, UCL에서 3승 1무로 무패행진을 하며 각각 선두에 올라 있다. 메시는 리그 12골, UCL 3골로 여전히 맹활약하고 있다.

반면 레알은 리그에서 6승 2무 2패로 3위에, UCL에서 2승 1무 1패로 조 2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이번 시즌 1부리그로 승격한 지로나에 1대 2로 충격패한 데 이어 토트넘과의 UCL 4차전에서 1대 3으로 완패해 비상이 걸렸다.

레알은 리그 10경기에서 19골을 기록하고 있는데, 라이벌 바르셀로나(28골)와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치다. 득점력이 뚝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고장난 BBC 라인 때문이다. BBC는 수년간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우승컵을 쓸어모았지만 이번 시즌엔 호날두(32), 벤제마(30), 베일(28) 모두 동반 부진에 빠졌다.

그중 슈퍼스타 호날두의 부진이 가장 두드러진다. 호날두는 출전 정지 등의 징계로 뒤늦게 리그 경기에 나서긴 했지만 6경기 1골에 그치며 과거의 위협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UCL에서 6골을 넣어 체면치레를 했다. 벤제마는 UCL 2경기에 나서 1골도 넣지 못했고, 리그 6경기에서도 1골에 머물렀다. 베일도 리그 기록은 5경기 2골, UCL 2경기 1골밖에 안된 데다 최근에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레알은 평균 30세로 갈수록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BBC 라인을 대체할 전력 보강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거 지단호의 든든한 백업 멤버였던 알바로 모라타(첼시),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가 이탈한 반면, 유망주들의 성장은 더딘 상황이다. 또 지단이 세 시즌째 활용하고 있는 4-3-3 전술은 상대 팀들에게 읽혀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 있다. 지단이 BBC 라인을 대체할 공격라인을 조속히 완성짓거나 플랜B인 4-2-3-1 전술을 활용하는 등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부진을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