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전까지 대북 제재 조치를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첫 대북 독자제재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조치는 이미 모두 나온 상황이어서 상징적 의미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결의 채택 이후 대북 독자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부 내에서 검토해 왔다”며 “한·미 사이에 제재 필요성과 관련한 협의가 이뤄졌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차원에서도 협의가 있었다. 이르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에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앞서 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어 대북 독자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4, 5차 핵실험에 대응하는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북한 정권의 불법 활동에 연루된 개인 79명과 단체 69곳을 금융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문재인정부도 지난 9월 6차 핵실험 직후 안보리 결의 2375호가 채택되자 역시 독자 제재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남북 교류가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독자 제재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지를 두고 정부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성의 표시’를 요구하면서 독자 제재를 취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 측에 ‘실질적 효과가 없더라도 상징성이 중요하다’며 제재 조치를 취하라고 계속 요청했다”면서 “NSC 상임위에서 최종적으로 몇 가지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독자 제재는 북한의 섬유 수출을 금지하고 대북 석유 공급을 제한하는 안보리 결의 2375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정부는 미국 재무부가 지난 9월 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 은행과 그 관계자 중 일부를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 재무부는 농업개발은행과 제일신용은행, 조선중앙은행 등 북한 은행 10곳과 이 은행의 해외 지점장 등 관계자 26명을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이미 남북 경제교류 자체가 2010년 5·24 조치와 지난해 개성공단 폐쇄로 전면 차단돼 있어 큰 의미는 없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도 있으나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문재인정부가 이런 조치를 선뜻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둥은행 등 미국이 최근 제재 대상에 추가한 중국 기업을 독자 제재하는 것도 최근 회복 국면으로 돌아선 한·중 관계를 감안하면 역시 가능성이 낮다. 현재 우리 정부의 제재를 받는 중국 기업과 개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도운 혐의를 받는 단둥훙샹실업발전과 마샤오훙 전 훙샹그룹 대표 등 관계자 4명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靑, NSC상임위 개최… “트럼프 방한 前 대북 독자제재 발표”
입력 2017-11-03 19:10 수정 2017-11-03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