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사진) 편대가 지난 2일 오후 한반도 상공에 출격해 가상 공대지 폭격훈련을 실시했다. B-1B의 한반도 출격은 12일 만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응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가 확대되는 차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대북 압박수위를 높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1B 2대는 2일 오후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가상 공대지 폭격훈련을 실시한 후 내륙 상공을 거쳐 서해상으로 빠져나갔다. 우리 공군 KF-16 전투기 2대가 출격해 엄호비행을 했다. 군 관계자는 3일 “이번 B-1B 전개는 연례적으로 계획됐던 것”이라며 “B-1B 폭격기는 매달 한두 차례 정례적으로 한반도에 출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공군도 “(이번 훈련은) 어떠한 사건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례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B-52 ‘스트래토포트리스’,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힌다. 최대속도는 마하 1.2다. 기체 내부에 34t, 날개를 포함한 외부에 27t의 무기 탑재가 가능하다. B-1B는 지난달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17(서울 ADEX 2017)’가 열린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저공 선회비행을 했었다.
북한은 한·미 군 당국이 훈련 사실을 공개하기 전에 B-1B의 비행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맹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이 또다시 B-1B 편대를 남한 상공에 끌어들여 우리를 겨냥한 기습 핵타격 훈련을 벌려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B-1B 편대는) 일본 오키나와 주변 상공을 거쳐 제주도 상공에서 동해상으로 방향을 바꾼 후 한·미 공군 전투기들의 엄호밑에 상동사격장 상공에 날아들었다”고 구체적으로 비행경로를 설명했다.
북한이 비행경로까지 미리 공개하며 비난 수위를 높인 것은 북측의 탐지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B-1B 편대가 지난달 10일 야간에 한반도에 기습적으로 출격했을 때 북한은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출격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통신은 “날강도 미국이야말로 한반도의 정세를 긴장시키고 핵전쟁을 도발하려고 미쳐 날뛰는 장본인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이 최후발악하고 있지만 그에 놀랄 우리 군대와 인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경택 권지혜 기자 ptyx@kmib.co.kr
12일 만에 다시 뜬 ‘죽음의 백조’
입력 2017-11-03 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