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2153만 가입자가 노후를 위해 수십년간 알뜰살뜰 부어온 최후의 보루다. 기금 운용액은 60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국민연금을 관리·운용하는 책임을 지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인 김성주 전 의원이 사실상 내정됐다고 한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까지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정치인을 앉히려는 것은 심하다.
먼저 김 전 의원이 600조원을 운용할 적임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그의 경력은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4년간 활동한 게 전부다. 문재인정부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 단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호남특보를 선임한 것은 누가 봐도 전문성보다 대선 공신을 챙기려는 보은 인사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전문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논공행상에 따라 전리품처럼 나눠주는 자리가 아니다. 과거 정부도 공기업 등에 낙하산 인사를 했지만 1999년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국민연금 이사장에 금융·재정 비 전문가나 행정 경험이 없는 정치인 등을 선임한 적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연금으로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사들여 보육시설과 청년 임대주택 등 공공투자에 활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코드가 맞는 정치인 출신을 이사장 자리에 선임하려는 것도 이런 정치적 목적 때문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국민연금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국민의 쌈짓돈을 허투루 썼다가 손실이 난다면 누가 책임질 건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고 해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을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겠다”며 깨끗하고 개혁적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을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사설] 국민연금 이사장까지 캠프 인사인가
입력 2017-11-03 17:36 수정 2017-11-03 20:39